우선 필자는 숭대시보 애독자로 이다혜 기자의 ‘다혜가 다해봄’ 이라는 코너를 상당히 즐겨 보고 있다. 이다혜 기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패러디 글을 써 내려가지만, ‘다혜가 다해봄’ 코너의 애독자로 기분 나쁘게 생각해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쏜애플은 2009년에 데뷔한 한국의 인디 밴드로 사이키델릭 록을 음악하는 그룹 사운드이다. 필자가 이 밴드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3가지다. 첫 번째로 시적인 가사다. 보통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해석하지 않고 그 음악의 분위기나 리듬을 즐겨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쏜애플의 노래들은 가사를 하나하나 해석해 보며 듣는 재미가 있다. 쏜애플의 노래 중 ‘시퍼런 봄’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푸를 청(靑)과 봄(春)을 쏜애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청춘은 눈부시고, 희망차다고 생각하지만 쏜애플의 시퍼런 봄은 길을 헤메고, 몸부림치고 기어가는 20대의 어려움을 노래했다.

  두 번째로는 쏜애플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다. 쏜애플의 기타 사운드는 들을 때마다 놀랍다. 일렉 기타를 연주할 때 ‘이펙터’라는 장치를 연결해 기타의 전기 신호를 변형시켜 사운드를 만든다. 이펙터는 일렉 기타의 파형을 증폭시켜 의도적으로 음질을 낮추고 찌그러트리는 드라이브 계통, 소리를 잠시 저장해 뒀다가 원음과 딜레이 음을 섞어서 출력하는 공간계, 원래 신호를 특정 패턴이나 특정 위상으로 출력하는 모듈레이션 등이 있다. 쏜애플의 기타리스트인 홍동균은 15개 이상의 이펙터를 조합해 소리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쏜애플의 사운드는 정말 아름답다. 쏜애플의 ‘은하’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제목에 걸맞게 기타 소리가 별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연출하며 완성도를 높여 많은 대중이 사랑하는 노래가 됐다. 

  세 번째는 새로운 연출이다. 쏜애플은 매년 연말 공연을 한다. 그 연말 공연의 이름은 ‘불구경’이고, 이름이 불구경인 이유는 무대가 가운데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대의 모든 방향이 관객에게 둘러싸인 형태로, 관객이 마치 불구경하듯이 즐기게끔 한다. 아티스트와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기에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과는 차별점이 있다. 또한 음원과는 다른 연주로 라이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퍼포먼스 역시 뛰어나다. 

  흔히 나 혼자 좋아하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함을 느끼고 ‘탈덕’을 하는 것을 ‘홍대병’이라고 말한다. 쏜애플은 주로 홍대에서 활동했으며, 단독 공연도 소규모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제 몸집이 커져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연하고 규모가 있는 공연장인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했다. 홍대병 말기인 필자는 이번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쏜애플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품은 채 공연을 보러 갔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역시는 역시라는 공연을 보며 필자가 쏜애플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느꼈다. 홍대병은 코스프레였던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