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와 다르게 대학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 학칙시행세칙 제54조(학사경고)에 따르면, 학사 과정의 경우 매 학기 성적의 평균 평점이 1.50에 미달한 자에게는 학사 경고를 행한다. 학사경고를 받게 될 경우 다음 학기 수강 학점은 15학점으로 제한될 수 있고, 학사경고를 연속 3회 이상 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된다. 공부를 안 함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다.

  경고의 사전적 정의는 ‘조심하거나 삼가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과 ‘운동 경기나 조직 생활에서의 규칙·규범을 어겼을 때 주는 벌칙’이다. 친구에게 앞에 있는 돌을 조심하라고 하면 전자에 해당하는 경고이고, 축구 경기에서 반칙을 해 옐로카드를 받으면 후자에 해당하는 경고이다.

  전자의 경고는 경고를 주는 당사자에게 도움이 된다. 위험을 일러 주고 대비해 줄 수 있게 해주며, 피해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고는 경고받는 주체에게 벌을 주기 위함이다. 벌을 받아 마땅한 행위를 했기 때문이며, 경고가 쌓여갈수록 벌의 강도 또한 강해져 갈 것이 분명하다. 

  대학에서의 경고는 어디에 해당할까? 앞서 축구 경기에 비교했을 때 경고가 쌓이면 퇴장당할 수 있다. 대학에서 또한 학사경고가 연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제적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대학에서의 경고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학사경고를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대학별로 학사경고의 기준은 다르지만, 대부분 학사경고 처분을 받는 이유는 출석의 부재 혹은 시험의 불참이 될 것이다. 물론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거나 학교 자체를 가지 못할 수 있지만, 직접 학교 생활을 하며 느낀 결과 학사경고의 원인은 학문에 대한 호기심의 고갈이다.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떨어지면, 강의에도 흥미를 잃게 된다. 예전의 흥미와 작별을 고하게 되고, 새로운 진로 혹은 흥미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학사경고란 낙인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학교는 새로운 흥미를 찾아 떠난 학생에게 학사경고라는 낙인을 부여한다. 앞서 대학에서의 경고를 ‘벌을 주는 경고’라고 한 바 있다. 벌은 잘못했기에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새로운 흥미를 찾아 떠난 학생이 잘못한 점은 무엇일까? 그 학생 자신도, 그 학생의 친구들도 아무도 그 친구의 잘못된 점을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 대학은 어떤 관점에서 그 친구의 잘못을 찾아내 학사경고를 부여하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대학이 학사경고를 부여하는 이유에 납득이 가기도 한다. 굳이 적지 않아도 생각되는 것들이 있으리라. 다만, 학사경고라는 수단으로 학생들을 옥죄고, 공부를 하게끔 경고를 주고, 패널티를 부여해야 하냐는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서 맴돈다. 경고란 그 사람의 앞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조언이기도 하다. 대학에서의 학사경고가 그 사람의 앞날을 위한 조언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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