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우리 대학 정문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2020년 11월 20일에 건립한 “독립의 반석”-숭실의 유공자 88인 추모비가 바로 그것이다. 추모비 제막식을 알리는 현수막에 “미래를 향한 독립의 반석, 숭실 / 독립의 반석에서 대한민국의 반석으로 숭실의 역사와 가치는 흔들림이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숭실의 역사와 가치는 무엇인지 묻게 된다. 이 물음은 숭실의 역사와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고 전승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교사(校史)라는 형식으로 기억을 불러내고, 인쇄물과 학교 홈페이지에 기록을 소개하고, 기리는 마음을 기념학술세미나, 강좌 형태로 표현해 왔다. 눈앞에서 기억하고 전하기 위해 동상을 세우고, ‘숭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 기리고 있다. 배위량 박사 동상, 김양선 교수 동상(한국기독교박물관 내), ‘베어드홀’, ‘형남공학관’, ‘조만식기념관’, ‘한경직기념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이들의 이름을 기록해서 기억하는 이유는 ‘숭실’을 현재형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2013년 숭실 창학 12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숭실 뿌리찾기위원회’가 발족되어 앞선 세대의 ‘숭실’ 사랑과 ‘숭실인’에 대한 사랑의 정도와 크기를 평양 숭실 중심으로 연구했고, 연구 결과를 ‘불휘총서’라는 책으로 묶었다. 

  ‘숭실 대학’이 기억해야 할 사람, 기관, 교회가 많다. 우리가 이들을 기억할 때 비로소 ‘숭실’이 세상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이어온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세대를 세워가는 일
  우리에게는 앞선 세대가 보여준 다음 세대를 세우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평양 시절 학생들이 자립적으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한 ‘기계창’의 모델이다. 그리고 평양 시대 단순히 학생들을 졸업만 시키지 않고 유학 시켜 숭실의 교원으로 양성하고 채용하며, 학교의 전통과 수준을 유지하려던 ‘숭실 후속 세대 세우기’ 모델이 있었다. 분단과 전쟁으로 평양에서 재건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재건하면서 실향민, 반공 포로 출신 청년들을 포용하고 함께한 숭실의 정신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재건 이후 학보 기사 중에는 궁핍하던 전후에 생활사정이 그나마 좋은 만학생이 장학회를 만들었다는 것도 있다. 이는 함께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숭실 정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인구 절벽의 시대의 학문 후속 세대에 대한 걱정이 많다. 당장 학과나 연구소, 행정 사무실에도 조교 선생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숭실의 문에 들어선 학생과 예비 숭실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게 해 줄 일이 많아졌으면 한다. 평양에서 폐교로 굳게 닫혔던 대학의 문을 활짝 열고 전후 절망의 세대에 새로운 소망을 주었듯이 이제 우리도 인구 절벽 세대인 ‘숭실인’을 구체적으로 사랑하고 동행하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숭뽕’을 꿈꾸며.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