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다. 우리는 ‘다음에 한번 보자’라는 의미의 가벼운 인사치레를 건네곤 한다. 정말 밥을 먹기 위해 약속을 잡자는 의미인지, 그냥 인사로 하는 말인지 알기 위해서는 고도의 맥락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실제로 만나서 시간을 보내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다 당황한 적도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나는 이 상황이 이해는 됐지만, 직접 경험한 적은 없어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친구에게 충청도 사투리를 배웠다. 충청도에서는 대개 말을 돌려서 말한다. 충청도에 사는 친구 말로는 짜장면을 먹다 단무지가 없으면 “요새 단무지 비싼가?”하고 묻는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충청도 사람들끼리는 이 말을 “단무지 주세요”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척하면 척 알아듣고, 알아들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소통 문화. 이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분류한 두 가지 맥락 문화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문화를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로 나누었다.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뚜렷하게 말로 표현하기보다 그 이면의 뜻이나 분위기로 말하는 고맥락 문화이다. 반면 저맥락 문화는 오해의 여지 없이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액면가로 전해지는 문화이다. 이 분류는 특히 동양과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도 고맥락 사회에서는 맥락적으로 해석되는 이모티콘이 저맥락 사회보다 많이 사용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고맥락적으로 소통할까? 고맥락 문화는 한곳에 오래 정착해 사는 농경사회나 집단주의 사회에서 나타난다. 반면, 저맥락 문화는 유목사회나 다인종 국가에서 나타난다. 이들은 대화의 상대방이 내 상황을 잘 모를 것이라고 가정하고 명확하게 소통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계성을 포함하는 맥락의 핵심은 경험적인 공유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맥락적 언어 사용은 사용의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해석의 여지가 많아 오해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말해야 한다. 저맥락 소통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카피로 하나의 유행을 만들었던 오래전 초코파이 광고를 기억하는가? 시간이 흐르고, 초코파이의 카피는 ‘정(情) 때문에 못 한 말, 까놓고 말하자!’로 바뀌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카피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고, 초코파이의 광고 역시 변화하는 소통의 양상처럼 고맥락 카피에서 저맥락 카피로 변한 것이다.

  고맥락 소통이든 저맥락 소통이든 우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맥락 소통뿐만 아니라 저맥락 소통도 이해하고 구사하게 된다면 우리의 소통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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