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의 기준 항목에서 혁신성에 대한 배점을 80점으로 대폭 상향하고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서부터 교과 과정 변화와 그 후의 유지 과정에 이르기까지 학사 운영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개편하는지를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혁신성의 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함에 따라 대학들은 7월 초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으로 고민에 빠졌다. 혁신성이란 이름 아래 학생 선발을 학과별이 아닌 계열별로 선발하라는 의도가 다분하기에 특히 기초 학문을 담당하는 계열의 학과들로서는 자연스레 구조 조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어 상당히 곤혹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 공정이란 관점에서 볼 때 모집 단위 광역화가 과연 공정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과거 대학들이 시행했던 계열별 모집이 학과별 모집보다 훨씬 더 장점이 많았다면 대학들이 굳이 학과별 모집으로 회귀했을 이유가 없다. 점수에 맞춰 대학을 고르고 일단 입학한 뒤 전과 제도를 통해 원하는 혹은 인기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 입장이라면 유리하겠지만, 반대로 정말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제도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 때문에 역설적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학과들을 몇몇 학생들이 선택했을 때,지금까지의 사례로 본다면 한국 대학들은 결코 그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전공 선택권이라는 입장에서 전과 제도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점수에 맞는 대학의 학과보다는 더 윗급의 상위 대학에 진학하려는 방편으로 전과 제도가 이용되는 현실에서는 막상 그 학과를 가고 싶은 학생의 기회를 뺏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대학이나 언론이나 교육 당국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소수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 제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간의 입시 경험을 통해 판명된 이상,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사회 수요 변화에 대응하여 학사 운영이나 제도를 유연화·융합화한다는 교육부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유지해 온 제도로는 사회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인재를 대학이 양성하지 못했으며, 제도를 바꾸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융합적 인재가 금세라도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능력이 다른 나라 학생들과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입시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오직 성공적인 입시를 위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개인의 능력보다 환경의 영향이 학생의 성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입시 성적을 좌우하는 현재의 입시 제도나 교육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소위 명문대 입학은 여전히 서울의 강남 3구나 수도권 출신 학생들이 휩쓸 것이다.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능력으로 둔갑하고, 이런 현실에서 오로지 능력만이 절대 기준이 되는 세상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헤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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