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 마’ 흉기 난동이 지난달부터 연쇄적으로 발생해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금)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려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그 후 SNS를 통해 수십 건의 살인 예고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외출을 삼가고 있다. 지하철에서, 식당가나 백화점에서, 심지어 학교 교실에서 운 나쁘면 칼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모방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피의자들의 개인적 정신 질환 같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신림역 사건의 피의자는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진술했다. 흉기 난동 피의자들은 공통으로 이미 사회에서 낙오돼 미래가 없었고, 윤리적 자각을 상실했으며, 정신이상에 함몰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으로 희망을 잃고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파괴적 충동’에 빠진다고 말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과 그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대감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부동의 세계 1위이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민주화, 선진화를 이끌어냈지만 살기 힘든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현세대 청년들은 부와 지위의 대물림이 만연하고 패자 부활이 불가능한 극도의 경쟁 시스템 속 살아간다. 과거 청년 세대에 비해 학력 수준은 높으나, 높은 실업률과 그로 인한 소득 획득 능력 감소, 주거비 부담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청년 시절 고생이 앞으로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함께 되어야 하지만,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보기에 한계가 있어 일확천금의 한탕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어려운 시국일수록 현재 일어나는 범죄들을 각계각층의 행정 기관과 민간 기관이 힘을 합쳐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총력 대응해야 한다. 세상이 ‘나한테만’ 불공평한 것 같은 느낌은 사회·경제적으로 뒤처진 피의자들의 피해망상적 분노를 보여준다. 빈곤과 고립에 처한 사람들이 모두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듯이, 실직과 빈곤 등의 범행 동기는 범행을 현실로 옮기는 계기가 된 방아쇠일 뿐이다. 각종 호신용품이 네이버쇼핑 트렌드 차트의 상위권을 오르고 있다. 호신용 스프레이, 삼단봉, 전기 충격기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흉기 난동 범죄의 배후에 숨어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권력의 강경한 대응으로 한 치 앞의 또 다른 모방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의 ‘파괴적 충동’이 불특정 다수의 불행, 사회적 재앙을 일으키며 발현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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