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과 바다를 사랑합니다. 물에 잠겨있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인데, 고요한 물속에 천천히 몸을 담글 때, 서서히 나아가 머리까지 물이 차오를 때, 숨을 완전히 참고 얼굴을 담글 때, 그리고는 물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을 때. 나는 그때를 좋아합니다.
하늘의 냉기와 땅의 온기가 섞이는 곳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물들의 온도와 햇살을 받아 온기를 머금은 모래들이며 땅의 향기, 목덜미를 쏘아대던 햇살의 따스함. 아무것도 아닌, 이러한 것들은 오로지 인간으로서의 나를 느끼게 해 줍니다. 가슴으로밖에 전달할 수 없는 이 아름다운 감정들을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행복하다는 감정은 결코 아닙니다. 처음 느껴보는 그 감정과 그리고 그 기분을 누구에게 말해 본 적도, 형용해 보려 한 적도 없습니다. 어린 마음에 이런 감정들이 벅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속에 잠겨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먹먹하게 들려옵니다. 세상과 떨어져 있지만, 그렇지만 혼자가 아닌 듯한 기분. 바깥의 소리는 듣지 말라며, 내가 널 안아 주겠다며 날 위로해 주는 느낌. 그렇게 오래도록 혼자 잠겨 있다 보면 가끔은 눈물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아마 물과 교류하는 나만의 방법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잔잔해진 채로 물 밖으로 나와 가족들 사이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러고는 달큼한 쌀 과자를 한 입 베어 물어요. 들뜨진 않았지만, 차분히 정리된 내 마음이, 금빛 모래알로 얼룩진 나의 맨발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이. 그리고 달곰하게 입속에 머무는 쌀 과자가, 그리고 나를 감싸 안는 듯한 떠들썩한 목소리가 좋았습니다. 나는 이런 사소한 나의 감정들을 사랑하는 편입니다. 어쩌면 감정들을 사랑해서 바다를 사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때면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달에서 또옥 똑 떨어지는 달빛을 품어 버린 채, 차가운 밤공기 사이를 가르며 내게 헤엄쳐 다가오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제 마음은 푸르른 청초함을 머금고, 나는 점차 새파란 사람이 되어갑니다. 바다는 고요해서, 나를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합니다. 저는 비소로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네요. 사람은 모름지기 생각을 해야 합니다.

  - 나는 바다를 사랑해요.

  머리가 복잡할 때, 글을 씁니다. 어찌 보면 저는 차가워지기 위해 글을 쓰는 셈입니다. 그래서 제게 바다와 글쓰기는 닮았습니다. 왜 나는 따뜻한 사람일까요? 사랑을 할 땐 더 따뜻합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나는 바다가 무척이나 그리워집니다. 그런데요 난, 이제 빨간색을 좋아해 보고도 싶어요. 편안한 빨간색은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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