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에스터 감독

  첫 장편 데뷔작 <유전>(2018)과 포크 호러 <미드소마>(2019)의 연이은 호평으로 천재 신예 감독으로 자리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세 번째 선택은 초현실적 블랙 코미디다. 2011년에 제작한 7분짜리 단편영화 <보>를 확장한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보’(호아킨 피닉스)라는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한 인물의 삶과 귀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리 에스터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그의 여정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주인공 보가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리지 않으며 편집증에 시달리는 보의 시선으로 영화를 체험하게 만든다.

  영화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범죄가 빈번한 뉴욕 빈민가에서 생활하는 보의 일상과, 칼에 찔린 보의 서사, 숲속 히피로 지내는 보의 모습에서 어머니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간다. 다만 감독의 전작이 그러하듯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관계를 엿볼 수 있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선을 넘은 엄마 모나와 엄마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완전한 보를 통해 보의 현실은 결국 두려움과 트라우마로 뒤틀린 내면세계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보의 여정은 빈민촌의 풍경과 환상이 뒤섞이고, 현실인 지 망상인지 모를 뒤틀림 속 끝을 향해 다다르기 시작한다. 두렵게도 보가 현실과 이상을 거쳐 간신히 걸음마한 여정은 여전히 출발점에 있다.

  이 기이한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그 끝에 있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도, 보가 잃어버린 자아도 아니다.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 ‘보’, 그럼에도 여전히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미성숙한 ‘보’일 뿐이다.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어른이’에게 세상은 혼돈이자 불완전 그 자체이다. 결국 ‘엄마’에게서 비롯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엄마의 그늘을 선택했던 보의 최후는 실패한 인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고, 불쾌함과 공포를 넘어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로서의 방점을 찍게 된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역시 이 기괴한 공포 체험을 완주는 데 커다란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