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일요일, 마치 ‘개그콘서트’의 마무리 음악이 나오면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절망감처럼, 개강 5일 전이라는 소식에 나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크게 한탄하며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개강에 대해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은 방학이다. 월요병은 아직 걸리지 않았다.

  분노: 월요일, 수억 명이 사는 이 지구에서 왜 하필 나는 개강을 해야 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 것에 분노하고, 협동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조별 과제가 강의 계획서에 있는 것에 분노하고, 수업이 1교시인 것에 분노하고 있다. 휴학생들에게 질투를 느끼며 나도 휴학이나 할까? 고민에 빠져있다.

  협상: 화요일, 상황도 받아들이고 분노도 표출했으나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그저 개강을 미루고 싶어 한다. “종강 전으로 되돌려 주시면 더 재밌게 놀게요!”라고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생각에 빠진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지 고민하며 친구들에게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를 보낸다.

  우울: 수요일, 그렇게 얘기해 봤자 현실에서는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개강 우울증에 걸리고 달력을 멍하니 쳐다보며, “아 그래도 아직 방학이 하루나 남아 있어...” 가족들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초연해지면서 아무 일 없다고 했다.

  수용: 목요일, 모든 감정이 지나가고 개강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나는 수용하고 “종강 언제 하지?”, “후배들 밥이나 사 줘야지”, “교수님 ‘B’나이다 ‘B’나이다”, “교수는 ‘C’뿌리기를 사용했다!”를 생각하며 학교 갈 준비를 한다. 그렇게 8월의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개강 당일: 2023년 9월 1일 금요일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회사원들이 어제나 오늘도 부지런히 출근하는 모습이 보이고 중‧고등학생들도 열심히 등교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을 먹고 폰으로 시간표를 봤다. 나의 시간표에는 3글자가 남겨져 있었다. ‘금 공강’ 나는 그저 금 공강 연성에 실패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금 공강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혹은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에 빗대어 개강하는 저의 모습을 묘사해 봤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에 따르면 처음에는 누구나 죽음 혹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닥쳐오면 부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 일은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부정 이후에는 분노가 표출된다고 합니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모든 분노를 표출한 이후에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협상을 한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살 수 없는지.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우울에 빠지게 되고 초연해진다고 합니다. 초연해진 상태에서 우리는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도 있죠. 여러분도 이번 학기도 파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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