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3년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작년 이때쯤 가고 싶은 대학을 생각하며 학교, 학원, 독서실을 전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오히려 동력이 되어, 훗날 입시에 성공하고 즐길 내 모습을 상상하며 힘을 얻기도 했다. 작년 겨울은 인생의 한 장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성취감과 보람으로 가득 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치든,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거라는 자신감이 솟구치기도 했다.

  그토록 바라던 대학생이 된 지금, 대학교 입학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12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인생 황금기가 시작된다고 흔히 생각한다. 나 역시 대학생이 된다면 그동안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수험 생활을 보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나의 처지와는 너무 다르게 자유로워 보이고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은 대학생들을 마주치면 속으로 매우 부러워하고 동경할 정도로,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가 주어지는 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따라온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정해진 시간표와 일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본인 스스로 모든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취업 사이트에서 조사한 대학생의 스트레스 지수는 100점 만점에 68.8점으로 다소 높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향후 진로, 학과 공부, 생활비 충당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 적성, 성격, 재능은 무엇인지 충분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성장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오로지 대학 진학만을 위한 학습이 주가 된다. 

  대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한 후 방황하는 이유 중에는 전공에 대한 회의감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단편적인 정보에만 의존해 학과를 선택했지만, 실제로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에 회의감을 느끼기 쉽다.

  물론, 그렇다고 대학생이 돼서 불행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학생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유가 생기는 만큼, 개인 시간도 많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직접 부딪혀 보고 체험하는 것만 제대로 해도 대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학생이 돼보니 별거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대학생과 현실 대학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도 엄청나기에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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