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

  수많은 시네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다시 한번 아름다운 미장센을 선보인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이미 연출된 바 있듯 이번 영화도 극중극 형태를 띠고 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벌어지는 연극과, 연극을 만드는 각본가와 배우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국의 사막에 있는 가상의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주 무대로 한다.

  1955년, 도시라고 하기에는 인구가 87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마을은 단어 그대로 소행성이 떨어진 곳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는 매해 소행성과의 충돌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청소년 과학 천재들의 발명품에 상을 주는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참여를 위해 전쟁 사진작가 오기(제이슨 슈워츠먼)와 수상자인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 그리고 어린 세 딸이 도시에 도착하며 사건은 시작된다. 소행성과 지구의 기묘한 충돌처럼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우연한 계기로 엮인다. 오기는 톱스타 밋지(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고, 또 다른 수상자이자 그녀의 딸 디아나(그레이스 에드워즈)는 우드로를 만난다. 그러던 중 도시 너머에 핵실험의 여파로 버섯구름이 터지지만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갱단과 경찰의 추격전, 천재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발명품, 외계인의 등장과 군의 은폐까지,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정신없는 일들이 연속 되며 관객들이 의구심이 들 때 즈음, 이 공간이 곧 연극 무대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현실은 오래된 TV 화면처럼 흑백으로, 연극 무대는 총천연색 화려한 화면으로 구성하며 막과 장으로 영화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어낸다. 종래에는 연극 속 주연을 맡은 스틴백이 연극무대에서 흑백 화면으로 뛰어 들어오며 “지금도 이 연극이 이해 안 돼!”하고 소리친다. 감독은 영화와 연극의 경계를 분명히 하지만 그 흐름을 쫓다 보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마치 꿈처럼 모호해 진다. 즉 해석하기보다 아름다운 영상을 즐기고, 감독의 위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야 말로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진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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