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렛 에드워즈 감독

  영화 <크리에이터>는 할리우드식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공식을 탈피한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의 등장 이후로 AI와 인간의 대립을 다룬 다수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 <크리에이터> 역시 표면적으로는 인간과 AI의 생존권 전쟁을 다룬 작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더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의 미래이자 현재가 된 AI를 인류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작품답게, 단순히 고도로 발달된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전개가 아닌, 어쩌면 평화와 공존을 깨는 악당이 ‘인간’일 수 있음에서 시작한다. 또한 주로 선역을 자초하는 서구사회가 절대적인 힘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폭탄을 떨어뜨린 후 AI 절멸 전쟁을 벌이고,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AI와 평화로운 공존을 이어 나가며 AI를 보호하기 위해 힘쓴다. 그렇기에 영화 속 전쟁은 인간과 AI의 결투가 아닌 평화주의와 제국주의, 비인간적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의 대립을 다루는 셈이다.

  다소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주제인 만큼 감독은 서구사회가 그토록 없애고 싶어하는 무기이자 창조자를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로 설정한다. 동시에 한때는 AI를 없애던 특수 요원이었지만 실종된 아내 마야(젬마 찬)와 배 속의 아기를 찾는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를 알피의 여정 동반자로 설정하며 인간과 AI가 쌓아가는 유대감에 집중한다. 순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조슈아의 모습은 무거워진 초반의 극중 긴장감을 풀어내고, 유쾌함까지 이끌어 낸다. 물론 블록버스터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요소인 특수 효과 역시 빼어나다. 동시에 알피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을 통해 창조자로서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알피의 강력한 힘을 보여 준다. 영화가 끝으로 달려갈수록 AI가 인간의 적인지, 인간적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곱씹어 보며 과연 진정한 공존이란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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