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한, 일명 ‘꿀’ 알바는 무엇인가. △기업 좌담회 △시험 감독 △결혼식 하객 △학원 △손 모델 등이 꼽힌다. 다만 정기적으로 일하기 어렵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무 보조’ 알바도 이에 속한다. 많은 알바가 서비스직이거나 육체노동을 요하기에, 화이트칼라는 희소성을 갖는다. 앉아서 일할 수 있으며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프레드시트와 문서 등 오피스 프로그램 능숙자를 우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의 전공에서는 사회 통계를 배운다. 관련 직무에는 리서치가 있다. 주로 여론 조사와 시장 조사를 한다. 리서치 회사에서 사무 보조 알바를 하면 무슨 일을 할까?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통계 프로그램 SPSS, 이를 이용한 회귀 분석... 이처럼 통계를 이용한 업무를 시킬까 봐 졸았다. 전공과목을 복습하기도 했다. 우리 과의 명예를 실추시킬 순 없다!

  하지만 막상 가니 예상과는 다른 일을 받았다. 행정 기관에 올릴 통계를 기입하는 것인데, 단순 작업이다. 서식을 수정하고 데이터가 입력된 스프레드시트를 보며 클릭 및 복사+붙여 넣기만 하면 된다. 쉬운 작업이다. 쉽고 간단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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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출근하고 18시에 퇴근하는 전형적인 ‘9 to 6’ 근무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동안 똑같은 클릭, 똑같은 입력만 반복한다. 나의 생각은 필요 없다. 눈과 손만 바쁘면 된다. 사무실은 굉장히 조용하다. 뇌가 자게 된다...

  어떤 일이든 힘들기 마련이다. 여태까지 많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 봤지만 이렇게 무료한 것은 처음이었다. 단순하기만 한 업무라서 그런 듯하다. 큰 조건을 보지 않는 알바생에게 거창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간단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회사의 작은 부품으로 일해 보니 서비스직이나 육체노동이 미화됐다. 적어도 뇌가 생기 있었다.

  여하간 좋은 경험이었다. 돈 벌면서 직업 체험도 하고. 회사의 실질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어도 사내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었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느꼈지만, 퇴근할 때 다음 주에도 근무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또 솔깃하다. 인생은 타이밍이니 기회를 받아들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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