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금) 보건복지부가 수급 개시 연령 조정이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가 빠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야권에선 핵심이 빠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 문제 심화로 오는 2055년, 국민연금 재정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연금 개혁을 통해 침체된 상황을 탈피한 바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세부적인 개혁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맹탕 개혁안’은 구체적 수치가 빠졌기에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이 큰 과업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총선을 코 앞에 둔 지금 시점에, 이 과업에 대한 조속한 처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개혁안을 내놓았기는 하나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연금 개혁이란 국민의 노후 보장과 직결돼 있고 이는 곧 수많은 사회 문제와 연관되기에 신중한 국민적 합의를 요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숫자만 제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으로의 전환, 즉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진 시점에 ‘국민적 합의’라는 말로 개혁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같은 상황을 겪은 선진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연금을 개혁해 왔다. 이들 또한 사회적 충돌이 일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장 프랑스만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뜻을 관철하고 사회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말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의 뜻대로 막무가내 개혁을 추진하란 것이 아니다. 정부가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한 뒤,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막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를 뒷받침할 안정된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연금 개혁은 정부 핵심 사업인 만큼, 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치기 전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연금 개혁은 정부뿐 아니라 초당적인 협력을 요한다. 여·야 모두 정치색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해서 언론을 통해 무작정 비판만 하는 것은 오히려 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되, 신속히 협력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