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자연계열 학생의 중도탈락률이 인문계열의 두 배라는 교육부의 자료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이미 우수한 인력이 의대 진학을 위해 소위 ‘N수’도 불사하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가 정책으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개인의 선택을 막을 수단이 없기에 이런 현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또한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의대 쏠림 현상을 가중만 시킬 뿐이다. 이런 의대 쏠림 현상에 과학 기술 인재 부족으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미래 역시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수험생들이 의대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는 전문직에 정년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한평생 고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나라에서 필요한 인재들에 대한 대우를 그만큼 해 주면 의대 쏠림 현상을 막지는 못해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연구개발비 삭감 사태에서 드러나듯 과학이나 기초 학문을 오로지 효율성이라는 잣대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로 볼 때 기초학문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기대 난망이다. 기초과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은 연구비를 증가한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지원을 했으니 성과를 내라는 천박한 자본주의 태도로는 연구자들이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학문적 풍토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꾸준한 투자와 함께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하며, 무엇보다 연구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부의 자료가 서울시내 주요 대학에 한정되어 있어 전국의 대학생들로 확대해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을 놓고 본다면 세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과 타 계열 전공자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의 중도탈락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사회의 예측이 맞지 않음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문계열 전공 학생들은 적어도 자신의 선택과 대학 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취업이나 흔히 말하는 세속적 성공 외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음을 시사한다. 여러 악조건과 통폐합의 우려 속에서도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들에서 여전히 많은 학생이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것은 인문계열에 대한 정부와 대학들이 취한 그동안의 접근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의술이나 과학기술도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중요하지만 문화 발전과 새로운 문화 창달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인문계열이야말로 적임자라 할 수 있다.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현대 사회에 큰 비중을 차지함을 고려할 때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과 기다릴 수 있는 여유로운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K-팝이나 K-영화 등도 하루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반도체 못지않게 문화 역시 우리 사회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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