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수)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상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에서 근무하는 필수 의료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과 지역별로 의료 인력 수 차이가 나는 상황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 의사 수가 9,654명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미 의사 부족은 특정 진료과와 특정 지역에서 현실이 됐다.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도 특정 진료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의 환자들은 의사 없는 병원을 전전긍긍하다가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필수 의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목) 윤석열 정부는 드디어 의대 정원에 대한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침 내용은 바로 ‘확대’다. 아직 구체적 증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의료 관련 직종 업계를 제외한 의대 정원 확대에 떠들썩한 곳은 사교육 업계다. 사실 의대 열풍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현상 중 하나다.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과 성적이 우수한 이과 고등학교 학생이 공대나 자연대가 아닌 의대로 진학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공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의대 정원 확대와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에서 ‘킬러 문항’ 삭제라는 거대한 정부 방침이 겹쳐 의대 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한 언론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이른바 ‘초등 의대 준비반(초등 의대반)’ 문의가 쇄도하면서 더욱 확산될 분위기라고 한다. 초등 의대반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과목을 선행해 가르치는 학원반인데, 서울대 준비반보다 학업 진도가 빠르다. 초등 의대반뿐만 아니라 직장인 의대반도 개설되는 추세가 보이는 등 이미 대학과 사회에 진출한 인원에게도 의대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 계획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단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만 나온 상태다. 그럼에도 의대 열풍이 과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의 목적을 필수‧지역 의료 확충에 뒀다. 그러나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의대 진학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의 목적은 필수‧지역 의료 확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들이 과연 진료가 필요한 필수 의료과와 의료 소외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지역 의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의대 정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는 빠르게 필수‧지역 의료 확충에 맞는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감에 의해서, 각종 사회적 인식에 떠밀려서 의대에 진학하는 것보다 의료에 정말 뜻이 있어 의대에 진학하는 사회 풍조가 이뤄지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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