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도 모기가 계속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때 아닌 빈대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흰개미도 지난 9월 출몰 신고가 들어왔다. 다수의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한강 공원 등지에 출몰한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가을에 ‘벌레의 습격’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해충 출몰이 잇따르고 있는 가을이다. 본래 가을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벌레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계절임에도 각종 해충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충의 습격은 사실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해가 갈수록 가을 날씨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형태를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11월 초만 해도 전국 낮 최고 기온이 25도로 치솟으며 이례적인 늦더위를 보였다. 심지어 지난 1일(수) 제주도의 낮 최고 기온은 28.4도에 달했다. 지난 1923년 제주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다. 가을 날씨가 이상 기온 현상을 보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에 있다.

  더운 날씨가 가을에도 이어진다는 것은 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가을에도 이어진다는 의미다. 현재 출몰하고 있는 벌레는 변온 동물로 주변 환경의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온이 높아질수록 변온 동물은 대사량을 늘리게 되는데, 이에 따라 출현하는 시기는 빨라지는 반면, 월동하는 시기는 늦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상 기후로 인해 벌레가 서식하는 기간이 여름 너머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가을에 이어지고 있는 ‘벌레의 습격’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기후 변화가 벌레를 무기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오래 전부터 기후 변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에 해를 입히고 있다. 여름에는 극단적인 폭염과 폭우가, 겨울에는 극단적인 한파와 폭설이 우리를 위협한다. 이상 기후 현상만이 있지 않다. 이번 가을에 발생한 ‘벌레의 습격’과 더불어 전염병 창궐, 서식지 파괴, 극단적 산불 발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아테네 법정에서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성찰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길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 관련 강의에 따르면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성찰을 개인이 아닌 인류의 성찰로 확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벌레의 습격에서 단순히 벌레를 퇴치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된다. 왜 늦가을까지 벌레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는지, 더 나아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고 있음에도 왜 인류는 기후 변화의 주원인인 탄소 배출 감소에 주저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감히 빌려 성찰하지 않는 인류는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인류적 성찰을 통해 불타는 나무가 아닌 불타는 숲을 진실로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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