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스크린에 올랐다. 그의 영화 <바람이 분다> (2013) 이후 10년 만의 작품이자 4번의 번복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무성한 소문만큼이나 관객의 반응도 다양하다. 상징과 은유로 버무려진 이 작품은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불친절하고 난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호불호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이미 팔순을 맞이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 새로운 세계’가 유난히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길어진 제작 기간을 보상하듯 작화의 퀄리티 만큼은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 서사적 측면에서 볼 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난해하지만, 자전적 성격을 띤 이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시각을 엿보기 쉽다.

  영화의 제목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영화의 주인공 마히토가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책이기도 하지만 실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유년 시절 읽은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는 실제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년기에 영향을 받았던 인물들과 사상, 그리고 고민 많았던 성장기 그 자체가 담겨 있다. 정의롭지도, 밝지도 않은, 엄마를 잃고 어두운 유년기를 보내는 마히토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펼쳐지는 모험 세계는 상상력의 정수로 보이지만 개연성은 부족하다. 다만, 소년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신만의 탑을 쌓아가는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의 성장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라보고 있는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다.

  동시에 고통과 갈등이 가득 한 전쟁과 현실, 그 자체로도 혼란스러웠을 개인의 삶을 반추하며 오랫동안 피해왔던 갈등을 마주하고,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 함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거창하게 해석하기보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해석으로 마주할 때야말로, 마히토의 난해한 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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