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 해런 감독

  영화 <달리랜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성공 이후를 다룬 작품이다. 20세기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임과 동시에 길게 뻗은 콧수염과 독특한 작품 세계가 인상적인 그는 괴짜로 불렸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 중 하나다. 스탠 라우리센스의 ‘달리 앤 아이: 꿈같은 이야기 Dali & I: The Surreal Story’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벤 킹슬리)를 향한 예술적 애정을 기반으로 그의 갤러리에서 일하는 젊은 예술가 제임스(크리스토퍼 브리니)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달리의 작품 세계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달리와 달리를 둘러싼 인간 관계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그림을 그리는 달리의 손이나 표정은 볼 수 있지만 그의 그림을 직접적으로 선보이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두 인물은 제임스와 그의 아내 갈라(바르바라 주코바)다. 제임스는 달리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난생 처음 경험하는 예술 세계를 빠르게 흡수하며 예술적 성장을 거둔다. 또한 모든 것을 갈라에게 의존하는 달리의 모습에서 달리와 갈라의 관계를 착취로 볼 것인지, 사랑으로 볼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달리에게 갈라는 뮤즈 그 자체이자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다. 화려한 성공을 거두고, 남부러울 것 없는 말년을 살았던 달리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인물이 바로 갈라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부터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두 사람의 관계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랐던 달리에게 헌신하는 갈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제3자의 시선과 반복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나타내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심도 있게 묘사된다.

  동시에 큰 성공 뒤 달리가 느꼈던 말년의 고독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려한 볼거리의 향연 속 그의 작품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그의 세계를 하나의 답으로 내릴 수 없기에 영화는 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며 인물에 대한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벤 킹슬리의 연기 역시 영화를 완성하는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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