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제히 치러졌다. 30년 전에 암기 위주의 입시 교육을 방지하고 사교육 수요 감소를 기대하며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앞세워 도입했던 수능이지만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학교 공부보다는 학원 공부에 더 치중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았을 뿐이다. 학력고사나 본고사 시절보다 오히려 학교별 줄 세우기가 심해진 데다 수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과 공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병적인 집착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을 늘린 탓에 학생들의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객관식 찍기 평가방식에 대비한 문제풀이식의 교육으로는 획일화된 로봇이나 일개미 같은 일꾼만을 양산할 뿐이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적인 인재를 길러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익히는 것은 미래 사회에 별 의미가 없다. 전통적으로 고학력·고소득직으로 여겼던 전문의, 회계사, 변호사 등도 가까운 미래에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만큼의 인지능력과 분석적 능력을 갖춘 인공 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 연구 보고서가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교육의 목표를 다시금 생각하고 교육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편하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학교의 가장 큰 임무와 역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비싼 세금을 들여가며 학교를 유지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 교통비 몇백 원과 라면값 몇십 원 인상에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수조 원씩 나랏돈을 쏟아부어도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보다는 학원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의 교육체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 교육자, 그리고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수능 문제 한두 개 차이로, 그리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로 개인의 삶이 달라지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닌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학생들의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지, 어떤 인재로 학생들을 길러 낼 것인지라는 교육의 본질을 놓친 채 위정자나 교육 당국 그리고 학부모 모두 삼위일체로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선발해야 할지라는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몇 해 전부터 온 사회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며 각 대학이 그에 맞는 교과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등 한동안 야단법석이었지만 인재는 하루아침에 길러 내지 못한다. 문제풀이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이 대학에서 몇 과목 관련 수업을 듣는다고 창의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곧바로 생기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정답만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 과정을 중시하는 방식의 훈련이 체화될 때 비로소 융합적 사고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창의력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발판이 되고 국가의 흥망이 곧 개인의 흥망과 직결되기에 무엇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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