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

  영화 <1947 보스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기억할 수밖에 없는 마라토너 손기정과 제자 서윤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동적인 실화 기반이 영화의 강점으로도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강제규 감독은 과도한 상상력을 더하기보다 실화가 주는 힘에 집중하며 아는 이야기임에도 감동을 주는 정공법을 선택한다. 영화 <1947 보스톤>은광복 이후 비로소 일장기가 아닌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게 된 마라토너들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대한민국의 영웅이 돼야 했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던 마라토너 손기정(하정우)은 술로 일상을 견뎌 낸다. 그러던 중 냉면집 배달부 ‘서윤복’(임시완)을 만나게 된다. 이내 서윤복의 재능을 알아보게 된 손기정은 서윤복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결심한다. 그 어떤 지원과 관심도 받지 못했지만 기정은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자신의 동료 ‘남승룡’(배성우)과 함께 서윤복을 훈련시킨다. 하지만 전무한 지원 속에서 팀을 꾸리고, 윤복 역시 꿈과 현실에 대한 고뇌를 시작하며 팀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엉망진창의 첫 경기 성적표를 받는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20여 분간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 장면은 신파가 아니라 시퀀스 그 자체로 거대한 울림을 주며 아는 내용이 주는 감동이라는 공식에 철저히 부합한다.  

  서윤복의 42.195km의 여정 구간에 등장하는 플래시백에는 서윤복 개인의 가족사와 시대상이 등장하지만 불편한 신파로 느껴지기보다, 시대의 어려움을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서윤복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우승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이로 말할 수 없이 극대화된다. 이 우승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유는 비로소 일본의 소유가 아닌 대한민국의 기록을 가지고, 자주 독립의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서윤복으로 캐스팅되고, 8개월간 훈련을 하며 실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임시완의 연기 역시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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