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차 산업 혁명, 인공 지능 등이 새 시대의 상징처럼 거론되는데,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자의적이고 획일적인 진단이 횡행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더구나 아직 다양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획일성을 당연한 ‘대세’처럼 ‘묻지마’ 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떠한 창의적인 시도와 검토도 해 보지 않은 채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혁신에 대한 저항’처럼 우기고 몰아 붙이는 풍토가 더욱 심각하다.

  지금 젊은 세대의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의 유일한 목표가 졸업생들의 취업이라고 ‘올인’하는 듯한 운영은 위험할 수도 있다. 대학은 대학 평가 때문인지 아니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인식과 수요 때문인지 취업률에 ‘올인’하여 신경 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하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취업 안정성일지도 모른다. 최근 청년 세대의 취업 안정성이 심각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와 기사로 볼 수 있다. 참고 『한겨레21』 1178호(17. 9. 11) 표지이야기 “결혼은 안해도 퇴사는 한다”, “기업 평균 퇴사율 18%, 1년차 이하 퇴사율 49%로 절반이 퇴사” (리크루트 타임스 19. 7. 30.), “2030은 왜 퇴사하나... MZ, 회사를 떠나다” KBS 시사기획 창 381회 (22. 7. 26.), “13개월 취준했는데 18개월 만에 퇴사? 인생 FLEX” SBS스페셜 [은밀하게 과감하게 -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

  우리 학교는 언젠가부터 ‘자유로운 전과 허용’을 입학 홍보 전략의 전가 보도로 삼고 있다. 그런데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코로나를 막 겪은 참이라 공감대가 높아서 의료계 일부의 반대가 여전히 있지만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의대 없이 공대가 최근 커진 우리 학교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자유로운 전과’를 기대하고 지원할 학생들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가 마치 당연한 ‘트렌드’인 것으로 여길 수 있는데 그런 학생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당장의 효과를 노린 단견이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필수 전공, 비상 응급 관련 전공을 등한시하고 돈 되고 부담 별로 없는 마이너 전공에만 전공의가 몰리는 작금의 의료계 현실은 더욱더 문제이다. ‘수요자 중심’을 신봉하다 모두의 삶의 수요가 위협받게 생겼다. 의대가 없는 우리 학교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지만 문제의 심각한 형태는 우리 대학의 문제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

  기초 학문을 경시하고 타박하는 것이 마치 거창한 ‘시대 정신’이라도 된다는 식이다. 이렇게 근거가 의심스러운 무모한 확신과 만용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시대에 가장 먼저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는 전공들이 혹시 현재 주로 쏠린다는 ‘인기 분야’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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