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금) 본교 공지사항에 “Microsoft 이메일 졸업생 계정 삭제(변경) 안내”가 게시됐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본교 재학생의 Microsoft(이하 MS) 이메일 계정은 △졸업 △제적 △자퇴 3년 경과 시 삭제된다. 이는 본교의 일부 졸업생들이 외부 서비스에 학교 이메일로 인증한 후 무료로 사용함에 따라 재학생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는 MS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오는 2024년부터 MS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이 국내 대학·교육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던 클라우드(가상 서버) 저장 서비스를 유료화할 예정이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 설비를 갖추고 국내 IT 서비스 시장을 과점하다시피 한 해외 대기업이 교육 기관에 무료로 이메일과 클라우드를 제공하다가 사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되자 수익화에 나선 것이다.

  무료인 줄 알고 마음 놓고 해외 기업 서비스를 쓰던 국내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수십, 수백 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고용량 수업 영상과 자료를 별도 서버로 옮겨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별도 서버 확보와 이전, 유지에만 대학별로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대의 경우, MS의 무료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못하면 데이터 저장에만 월 8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100억 원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성균관대의 경우 MS 서버에서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MS의 초과 용량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해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빠른 국내 기업을 택한 것이다. 

  이에 본교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내 서버로의 전환이나 본교 자체 서버의 구축 혹은 그것이 어렵다면 졸업생에게는 유료 결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 메일 계정은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졸업생은 그동안 학부, 대학원에서 논문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학교 메일을 게재하기도 하고, 게재된 메일을 참고해 또 다른 연구를 진행하거나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동문과 연락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정 직업에서는 학회 자료나 연구 논문에 접근하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 학교 메일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졸업생 입장에서 메일 삭제는 연결고리를 없애는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학교 시스템 상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재학생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를 빛내고 알리는 졸업생에게 적어도 소통의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업생 또한 숭실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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