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3대 문학상 ‘메디치상’을 수상한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는 알프스 시절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탕으로 ‘피에트로’와 ‘브루노’라는 인물의 만남과 재회를 다루고 있다. 도시 출신인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열한 살 여름에 알프스의 산마을에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유일한 또래인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와 여름을 나며 둘은 여름마다 알프스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그러나 피에트로는 학업을 위해 토리노로 떠나고, 둘의 우정은 그렇게 일단락된다. 20여 년이 흘러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된 피에트로가 다시 알프스로 돌아오게 되고, 피에트로와 아버지, 브루노와 함께 여름을 났던 산장 ‘바르마 드롤라’가 폐허가 된 것을 발견한다. 수염이 덥수룩한 산사람이 돼 알프스를 지켜온 브루노와 피에트로의 재회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시끄러운 도시와 깊고 고요한 알프스의 자연, 세상의 중심인 알프스와 변두리인 네팔, 가정을 가진 자와 홀로 살아가는 자로 두 인물이 살아온 길은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인물이 각기 다른 공간에 살았음에도 힘겨웠던 30대와 40대를 넘으며 여전히 산맥처럼 가파른 인생의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친구는 이내 폐허가 된 산장을 다시 짓는다. 집이 형체를 갖추어 갈수록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정리되기 시작하고, 두 인물의 우정도 다시 불씨를 피우게 된다. 그러나 산장이 완성될 즈음 피에트로는 세상을 유랑하기로 결심하며 다시금 브루노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여덟 개의 산’을 여행한 뒤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한 산장에 있을 브루노와의 재회를 꿈꾸며, 진정으로 돌아올 곳이 생겼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듯 끊임없는 변수에 직면하게 되는 자연처럼 정답이 없는 길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광활한 알프스 아래 눈부신 두 인물의 우정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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