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준비됐었는가?

  지난달 29일(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 기구 제173차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1차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에 따르면 부산은 총 165표 중 29표를 받아 2위를 차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19표를 받았다. 리야드가 받은 119표는 전체 투표 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셈으로, 사실상 결선 투표 없이 오는 2030년에 열리는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결선 투표에서 판세를 역전시켜 보겠다는 정부의 전략은 무산됐다. 엑스포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 가능하다”, “해볼 만하다”, “박빙이다” 등의 온갖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며 달궜던 부산시민의 기대감과 함께 국민의 기대감은 허탈한 결과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실제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정부가 매우 지나치게 낙관이 가득한 전망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치 현장은 달랐다. ‘오일 머니’를 필두로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도적인 지원과 준비로 리야드의 승리가 이미 확실한 상황이었다. 한 언론에 따르면 한국 측 실무자 사이에서는 이미 투표 전에 판세가 리야드로 기울어 역전 시도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실에 눈을 못 뜬 채 온갖 수식어를 가지고 국민을 현혹한 모양새가 됐다. 

  또한, 투표 전 최종 PT에서 공개된 영상조차 참담했다. 최종 PT 영상의 배경음악은 다름 아닌 ‘강남스타일’에다가 부산과 무관한 한류 스타만 앞세운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한류에 편승하지 않고 부산과 한국의 특색을 강조한 홍보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확실히 안일한 판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변화의 시대: 지구를 선견지명이 있는 내일로 이끌다’를 주제로 삼은 영상을 공개해 한국 영상과 괜히 더 대비됐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엑스포 유치에 먼저 나서면서도 사우아라비아의 물량 공세가 따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은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유치 경쟁을 이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느 준비국보다 더욱 철저한 준비와 냉정한 판단으로 엑스포 유치에 임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상 한류에 편승해 국제사회의 표를 끌어 오려는 요행은 결국 민망함에 그쳤다. 엇나간 한국의 홍보 전략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외친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가 “Busan is not ready(부산은 준비되지 않았다)”로 비춰진 것 같아 다소 안타까울 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미 다 끝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를 폄하하기 전에, 2035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외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엑스포 유치 경쟁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와 주요 기업인들은 지구 500바퀴에 가까운 거리를 왕래하며 182개국에서 온 3,000여 명의 정상과 정부 각료를 만났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박빙’이 아닌 ‘허탈’의 결과로 나타났는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성장에는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법이다. 이를 통해 훗날 벌어질 2035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모두가 염원하고 응원할 수 있는 “Busan is ready”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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