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작


이수진(언론홍보·21)  

 철새들은
강의 뼈를 맞추기 위해 온다

강이 얼어서 뼈가 드러나는
계절의 향기를 쫓아 벌 떼처럼 모여든다

나는 오도카니 서서 올려다본다

발 밑으로는 얼어붙은 얕은 강
그리고 눈밭 아래 묻힌 시

여기,
구름이 떠다니는 바다
뼈를 갈아 만든 거울

저기,
자유로운 날개

가만히 고개를 비춰보면
거울 안으로 얼지 않는 바다가 보인다

두 팔을 휘적이고 가슴을 부풀리며
버들의 메마른 향을 욕심껏 들이마신다

철새 한 무리가
북쪽으로 대열을 바꾼다
 

  |시 부문 심사평

  올해는 코로나 이후 저조했던 응모율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특히 작품의 수준은 예년을 넘어 있었고 무엇보다 경향의 다양성에 기쁜 마음으로 시를 읽었다. 다양한 경향으로 인해 어떤 작품을 선할 것인가 많은 고민이 있었고 무엇보다 신인다운 날 것의 이미지를 구축한 시를 당선권에 두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심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띤 작품은 장하은 학생의 것이었다. 제목과 내용의 긴장성은 물론 작품을 꾸려가는 조밀한 솜씨와 문장은 출품작 가운데 단연 눈에 돋보이는 것이었다. 다만 앞에 말한 날 것의 이미지와 신인으로서의 진격성의 당선작이 비해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몇 가지 점들만 보완한다면 더 큰 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들여다 본 시는 최선재의 작품이었다. 「번개의 외침」은 내면에 고인 문학적 열망이 폭발하듯 솟아 나오는 수작이었다. 다만 여러 출품작들의 경향이 고르지 못하다는데 심사위원들이 동의하였다. 문장에 고여 있는 진정성은 최선재를 시의 나라로 끌고 갈 것이라 믿는다.
  가작으로 유한결의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 )」를 뽑았다. 당선작으로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세 편이 일률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20세기 최고의 작가인 윌리암 포크너와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 등을 인용하며 수수께끼적인 서사를 이끌고 가는 솜씨는 재능을 넘어 오랜 시간 시에 투신한 자유자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니셜로 표상된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리들의 삶이란 필연의 인과성을 넘어 더러는 우연의 결과물이며 단순한 사건의 교직이라는 숨은 진리를 파헤치고 있었다. 그의 시가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게 되었다.
  당선작으로 이수진의 「새」를 선정하였다. “철새들은 / 강의 뼈를 맞추기 위해 온다”는 첫 구절부터 시 전체를 아우르는 압권의 문장을 보여주고 있다. “뼈”의 이미지가 강팍함을 넘어 의지의 표상으로 작동하며 자유라는 관념을 관철시키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거울 안으로 얼지 않는 바다”를 보기 위해 비행하는 “새”의 형상이 시인의 자화상과 겹쳐질 때 비장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뼈”의 생경한 이미지를 투철한 시정신으로 내면화시킨 수작이었으며 다른 작품들도 그에 값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축하드린다.
  이런 층위의 작품 공모와 당선이란 어떤 시각의 반영일 뿐이다. 즉 절대적인 가치의 측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더 정진해서 보다 큰 세계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투고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엄경희 교수(국어국문학과)
우대식 교수(국어국문학과)

 

  |시 당선 수상소감

  스물셋의 겨울, 나는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땅 위에서 새들의 자유로운 날개를 동경합니다. 하지만, 이 ‘동경’이야말로 우리가 다시금 날아오를 힘이 되어줄 테지요. 내 글이 누군가에겐 그런 동경이 되길 바랍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곤 합니다. 내 삶은 내 것인데도 때때로 내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끝없는 헤맴에 지쳐 끝내 꿈꾸던 이상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인생에서도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욕심껏 숨을 들이마셔 보세요. 가슴을 부풀리고 두 팔을 휘적이며 날갯짓을 연습해 봅시다. 뼈 아래 꽁꽁 숨겨진 저마다의 날개가 마침내 뻗어 나올 바로 그 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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