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

  영화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한국 오컬트 장르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영화 <파묘>가 흥행 궤도를 달리고 있다. ‘파묘’라는 제목 그대로 영화는 풍수에서부터 시작한다. 신앙에 상관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풍수와 장례문화의 영향권에 존재하기에 흙냄새 가득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은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신명나는 굿판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신생아, 눈을 감으면 무서운 것이 보이는 장손,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아버지까지. MZ 무당 화림(김고은)과 법사 봉길(이도현)이 감지한 이 기묘한 불운의 시작은 ‘묫바람’이다. 이내 40년 경력 풍수사 상덕(최민식)은 흙을 찍어 먹어 보고 악지 중의 악지에 조상의 묫자리가 방치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우들이 돌아다니고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한 무덤을 이장하는 일이 영 찜찜하지만 시작은 거액으로, 그 끝은 사명감으로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며 장의사 영근(유해진)까지 합세한 묘벤저스의 활약이 이어진다. 

  정통 오컬트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다소 새로운 전개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파묘>는 묘에서 나온 험한 것을 없애기 위해 모인 네 명의 인물이 주축이 돼 그간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무속 신앙을 선보인다. 음양과 오행을 총동원하며 굿판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는 장면은 영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컨버스를 신고 대살 굿을 선보이는 화림(김고은)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에 가깝다. 전설에서 등장하던 도깨비불 설화 역시 실제 불덩이를 움직여 가며 촬영하며 땅에 발을 딛고 있는 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동시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험한 것’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풍수가 의미하는 궁극적인 실체에 다가간다. 발톱의 티눈을 뽑듯 파묘해 버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파묘>는 우리 땅이 겪었을 상처 역시 보듬고 있다. 이처럼 K-오컬트로서 볼거리와 메시지를 모두 선보이고 있기에 <파묘>의 흥행 추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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