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발표한 ‘무전공 입학’ 정책으로 대학가는 새로운 고민에 빠진 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무전공 선발은 다양한 분야를 학생들이 탐구할 수 있으며, 특정 학문의 벽에 막히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목들을 묶어 수강하는 일종의 융합 전공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특정 학과라는 벽에 갇히지 않고 학생이 자유롭게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자신의 역량을 기르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과거 일부 대학에서 무전공 선발과 유사한 학부제를 시행하다 지금은 극히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학과제로 전환한 지 오래인데 과거 학부제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급작스럽고도 상당한 범위로 무전공 선발을 강행하니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경험과 역량 강화를 통해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부의 희망은 말 그대로 희망 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많은 대학들이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해 융합 학문을 가르치는 자유전공학부제를 도입했지만 학부생들 대다수가 인기 학과로 몰리는 바람에 모두 실패로 끝났던 경험이 있다. 여러 과목을 모두 수강한다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한두 학과를 통합한다고 융합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융합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조하다 보니 실패할 것이 자명했지만 왜 시행했는지에 대한 성찰도 없었다.

  기존의 학과‧학부 체제를 유지하며 무전공 선발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대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기존의 학과 선택 체제를 1년간 유예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을 하려면 무전공 선발보다도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해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부 당국과 대학이 충분히 지원해 줘야 한다. 기업에서도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때 기존의 학과라는 테두리 대신에 학생들이 스스로 설계한 전공을 기준으로 기업이 원하는 직무나 업무 능력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미 대학마다 다전공 제도, 전과 제도 등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된 마당에 무전공 선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에 불과하며, 교육 환경 문제, 특정 학과로의 쏠림, 기초 학문 분야의 붕괴 등의 심각한 문제만을 초래할 것이다. 진정으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대입에 올인하는 교육체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을 할 수 있으며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세울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융합형 인재의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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