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설렌 마음을 품은 채 등교한 캠퍼스는 너무나 고요했다. 로망이었던 새터와 MT도 갈 수 없었다. 나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 건 전염병이었다. 2년간 학교에 다니며 “코로나 잠잠해지면 모이자”, “내년이면 대면 수업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학생들이 가득한 캠퍼스는 끝내 보지 못한 채 입대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기대했던 대학 생활은 아니었지만 꿈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 3월, 숭실대학교 신문사 숭대시보에 합격하면서 시작됐다. 기자를 꿈꿔온 나로서 숭대시보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학내 소식을 ‘직접’ 취재하고 기사로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됐다. 

  기대했던 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매일 학교에 나와 회의를 준비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짜고, 인터뷰 녹취를 따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고, 기사를 재차 수정하고, 모든 기자와 최종 점검하는, 긴 과정이 한 주의 일상이 되었다. 

  과정이 긴 만큼 노력해야 했다. 남들보다 뒤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잠을 줄여가면서 내 시간을 오로지 ‘숭대시보’에 쏟았다. 그리고 점점 성장하며 수습기자, 정기자 그리고 보도부장까지 맡게 되었다. 내가 쓴 기사도 백 개를 넘어섰다. 그렇게 2년의 값진 경험을 숭대시보에서 보내고 군대를 갔다.

  그리고 군대에 가서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게 됐다. 분명히 숭대시보는 값진 경험이었는데 뭔가 씁쓸하달까. 학교에 다닌 기분보다는 ‘일’을 한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대면 수업이 시작된 2023년 학교의 모습을 SNS로 보니 너무 신기했다.

  전역 후 돌아온 학교의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뿐이었다. 마스크는 사라지고, 설렘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이 캠퍼스를 가득히 채웠다. 과거 인터뷰 당시 코로나로 눈물을 보이던 자영업자 사장님도 웃음을 되찾은 듯 행복해 보였다. 확실한 건 숭대시보에 몸담았던 비대면 수업 당시 분위기와는 180도 달랐다. 

  목요일에는 개강총회도 가봤다. 얼굴을 처음 보는 20학번 학우들끼리 모여 술자리도 가져보고, 24학번 새내기들도 봤다. 20학번끼리 얼굴을 처음 본다는 것도 참 모순이다. 입학한 지 4년 만에 자기소개를 하는 게 무슨 일인지.

  어느덧 3학년이지만 올해 입학한 기분이다. 나도 이제야 학교를 제대로 다녀보는 기분이랄까. 2020년과 2021년에는 숭대시보로 등교했는데, 2024년이 되어서야 강의실로 등교를 해 본다. 고3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물론 오르막이 이렇게 많은 것도 예상친 못했다.

  학교생활에 신난 20학번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심심치 않게 ‘20’이 적힌 과잠도 보인다. 동기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느낀 건, 20학번 학생들이 지금 상황을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올해 개강은 내게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느끼게 해 줬다.

  ‘백 투 숭실’이다. 첫 대면 개강을 맞이하는 고학번 학생들이 이 글을 봤으면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학 생활의 기분을 만끽하고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처음 느끼는 감정, 그리고 ‘설렘’은 그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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