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듄 시리즈>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영화’라는 매체의 공식에 가장 어울리게 구현한 작품이다. SF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웅장한 세계관을 완벽하게 시각화하며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몰입도 높은 영화적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3년 만에 돌아온 영화 <듄: 파트2>는 전편보다 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더불어 원작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황제의 계략으로 하루아침에 멸문한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목숨만 건진 채 사막으로 도망친다. 폴은 사막 행성 ‘아라키스’ 원주민인 프레멘이 되어 황제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폴이 프레멘의 일원으로 스며든 동시에 ‘예언된 자’, 즉 메시아로서의 길에서 의지와 운명이라는 갈림길을 맞이한다. 종교 단체 베네 게세리트에 의해 90세대에 걸쳐 이루어진 운명적 존재에 대한 씨앗은 이미 프레멘들에게 폴이 절대적인 구세주로 군림하게 만든다. 영화는 이 같은 폴의 고뇌를 단순한 영웅 서사로 풀어가는 것이 아닌 ‘예언이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는 프레멘의 전사이자 폴의 연인 챠니(젠데이아)의 대사처럼 광적인 영웅주의를 경계해야 함을 역으로 말한다.

  그렇기에 미래를 예지할 수 있음과 동시에 바꿀 수 없는 필연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 폴의 운명은 영웅 서사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텁텁하고 까끌까끌한 사막의 모래 같은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폴과 프레멘 진영이 성장함에 따라 그들이 하코넨과 제국군 연합에게 가하는 복수는 웅장하다 못해 한이 서린다. 모래 지형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고, 황제의 거처를 급습하는 전투 장면은 영화의 백미와 같다. 또한 흑백의 전환을 활용하며 경기장 신 하나만으로 새로운 캐릭터 페이드 로타의 설정을 완벽하게 만들어 낸 드니 빌뇌브의 연출은 가히 천재적이다. 물론 장엄한 아라키스의 행성만큼이나 반작이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영화를 완성하는 ‘스파이크’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며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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