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는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간병비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A 씨는 30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퇴사할 계획이다. A 씨는 “한 달에 390만 원씩 간병비로 쓰고 있다”며 “간병 비용 부담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보살필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7일(수) 대구에선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 B 씨가 같은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15년 동안 혼자 돌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 씨가 아버지를 숨지게 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명 ‘간병 퇴직’, ‘간병 살인’이라고 불린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간병비 부담에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일(화)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 원으로 고령 가구(65세 이상) 중위 소득의 1.7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자녀 가구(40~50대) 중위 소득의 60%를 넘어서는 수치다. 본 보고서는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이수민 과장과 이하민 조사역이 공동 집필했다. 연구진은 “현재 돌봄서비스의 비용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간병비는 지난 2016년 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명목 임금 상승률은 28%로 집계돼 간병비 부담이 심화됐다. 지난달 29일(목) 발표된 국회 보고서 ‘간병비 지옥은 해결될 수 있는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환자·보호자들이 간병비로 지출한 비용은 3조 6,000억 원에서 지난 2018년 약 8조 원으로 증가했다. 오는 2025년에는 연 1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됐다.

  높은 간병비에 의해 가족 구성원은 경제 활동을 포기하고 직접 간병에 나섬에 따라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 간병 규모가 지난 2022년 89만 명에서 오는 2042년에 최대 35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간병으로 경제 활동을 포기한 인구기 증가할수록 국가는 경제적 손실을 맞이하게 된다. 간병은 생산성이 낮은 활동으로 경제적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42년 가족 간병으로 인해 국민총생산(GDP) 최대 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돌봄서비스 부문의 문제 해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이 제시됐다. 개별 가구의 ‘사적 계약 방식’과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로 돌봄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인하하기 위함이다. 사적 계약 방식은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적 계약에 기반하기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고용을 돌봄서비스 부문까지 확대시키고 같은 업종에 대한 최저 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줄이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1일(목) 보건복지부는 ‘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서는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와 ‘간병비 급여화’가 제시됐다.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는 △간호사 △간호 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간병을 포함한 입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간병비 급여화는 개인이 전액 부담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환자 및 보호자의 간병 부담 감소를 목표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시범 사업에 나선 뒤 오는 2027년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본 사업 시행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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