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등록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오는 2035년까지 1만 5,000 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소식이 전해지자 각 대학에 있는 계약학과 등록을 포기하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특정 기업 또는 기관과 계약을 맺고 기업 또는 기관이 요구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해 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다. 현재 대학에서 운영하는 주요 계약학과로 △본교 정보보호학과(LG 유플러스)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등이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의 증원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이러한 계약학과의 등록 포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의 정시 최초 합격자 25명 중 23명이 포기하는 상황이다. 또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의 미등록률이 70%에 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계약학과를 포기하고 의대를 진학하는 이유로 고소득 직종으로의 진출을 꼽았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의대 쏠림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수입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의 미등록률이 높아지면서 일반 이공계열 인재 유출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최세휴 회장은 “우수한 고급 인력들이 의대 쪽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소위 ‘SKY대학’에서도 자연계 중도 탈락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의대를 가기 위해 수능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울산대 의대 고영남 교수에 따르면 의대 정시 합격자 80%가 ‘N수생’이고 N수생 중 절반은 3수 이상 도전한 장수생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결의문에서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일부 의대 교수, 의대생, 의료계 종사자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강력한 규탄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게 아니라 의료 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참여하여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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