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까지, 의대 정원 놓고 정부와 의료계 극강 대치

  지난달 6일(화)부터 정부가 2,000명 규모의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방안’(이하 의대 정원 확대방안)을 발표‧고수함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일고 있다.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반발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개별‧집단 사직이 이어졌다. 수련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의료 기관이다. 의대 정원 확대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 확충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증원한 5,058명으로 늘린다. 이번 증원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의대 정원 확대방안 발표 직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7일(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소집했다. 이후 ‘보건의료 위기 단계’ 4단계 중 3단계인 ‘경계’ 발령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해 반발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의료인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어길 시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달 20일(화) 서울 주요 대형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본격적인 집단 사직에 나섰다. 이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와 서울 주요 대형 병원 5곳인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가 논의한 결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당일 전공의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7일(화)에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의 수가 9,937명으로 전체 전공의 수의 81%에 달하는 규모로 늘었다.

  해당 반발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집단 사직 시작 이후 현장 조사를 진행한 의료 기관 10곳의 전공의 75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3일(금)에는 보건의료 위기 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됐다. 지난달 26일(월) 보건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의 복귀 시한을 지난달 29일(목)로 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선 의료법에 따른 사법 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일)에는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해당 업무개시명령 공고문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 관련 처분과 형사 고발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정부는 의협에 대한 조치도 이어갔다.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의협이 주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18일(일) 보건복지부는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의 의사 면허를 정지시켰다. 지난 1일(금)에는 경찰이 보건복지부 고발에 따라 의협과 서울시의사회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 3일(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서울 여의도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이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날 2만 5,000명의 의사가 참석했다.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를 초법적 명령으로 압박하고 비대위를 갈라치기 위해 회유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말 그대로 의사를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전대협뿐만 아니라 의대 재학생과 의대 교수 차원에서 집단행동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금) 의대생 이해관계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의대협)에선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이 동맹 휴학에 준하는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각 학교가 개별적인 동맹 휴학이나 수업 거부 등의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금)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 재학생의 누적 수가 1만 1,481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수치는 정식 휴학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까지 포함됐다. 의대 재학생들의 지속적인 수업 거부에 따라 개강을 연기하는 의대가 발생하고 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오늘 11일(월) 기준으로 개강했다.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는 오는 20일(수)쯤 개강할 계획이다.

  지난 7일(목)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울산의대 비대위) 250여 명은 비대면 긴급 총회에서 전 교원 사직서 제출을 의결했다. 이날 소집된 교원은 울산대 의대 수련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에 속한 의대 교수이다. 해당 의결은 울산대 의대 교수들이 현재 정부의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에 반발한 것에 따랐다.

  의결에 따라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각 수련 병원 비대위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전공의처럼 즉각 사임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울산의대 비대위는 “환자 진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난도 입원 환자 진료 보존을 위해 순차적인 진료 축소는 불가피한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과 경북대 의대 학장단에 속한 교수들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 7일(목)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현재 전공의 집단 사직을 비롯한 의료진 부재로 인해 △수술 지연 △진료 거절 △입원 지연 △진료예약 취소 등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월)에는 응급실 이송 지연으로 인해 80대 한 노인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증원된 의대 정원을 각 의대로 배정하는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구성 절차를 거치고 있다. 지난 5일(화)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교육부가 지난달 4일(일)까지 의대 입학정원 증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에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이 총 3,401명 규모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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