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흑백의 화면, 만삭의 임산부가 강으로 몸을 던진다. 일그러진 흉터로 가득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불리는 갓윈(윌렘 대포)은 숨이 멎은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태아의 뇌를 삽입해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를 탄생시킨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가여운 것들>은 지금까지 남성의 형체로 등장했던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해 여성인 ‘벨라’로 탄생시켰다. 동시에 엠마 스톤이 벨라 벡스터로 완벽하게 변신하며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갓윈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벨라 백스터는 갓윈의 극진한 보호를 받는다. 어른의 몸을 한 갓난아이 벨라는 백지의 상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그녀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갓윈은 자신의 제자 ‘맥스’(라미 유세프)에게 벨라의 성장 과정을 기록해 달라고 말한다. 맥스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천진난만한 내면을 가진 벨라에게 매료되고, 갓윈의 허락 하에 그녀와 약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저택에서의 생활은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벨라에게 족쇄처럼 작용한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벨라는 약혼 조항을 의뢰받고 저택에 방문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에게 끌린다. 결국 벨라는 덩컨과 함께 대륙을 횡단하게 되고, 처음 마주하는 세상, 갓윈과 맥스가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벨라의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리스본과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벨라가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는 방향은 벨라가 성적 욕망을 어떻게 다루는 가와 일맥상통한다. 시작은 성적 쾌락과 재미에 집중했다면, 벨라는 이윽고, 욕망을 획득하고, 나아가 책임을 감수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흑백으로 표현된 갓윈의 저택 생활과 달리 세상으로 나선 벨라의 세상은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으로 가득하다. 결국 벨라의 성장을 통해 바라본 세상에서, 정작 가여운 것은 벨라가 아니라 그녀를 자신만의 편견에 가두는 타자들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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