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은 거장의 품격에 걸맞게 3시간 26분의 러닝타임을 영화적 기록으로 완성한다. 1920년대,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부족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부족민의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며 그들이 겪게 된 죽음을 FBI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백인들이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가한 이 잔혹한 실화를 풀어내기 위해, 실제 오세이지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뿐만 아니라 오세이지족의 후손을 영화에 출연시키며 폭력과 죽음의 잔혹성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1890년대 오세이지족은 그들의 터전에서 유전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순식간에 부자가 된다. 이내 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클라호마의 목장주이자 ‘킹’으로 불리는 삼촌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니로)을 찾아온다. 헤일은 어니스트에게 일자리를 주며 정착을 격려하고, ‘결혼만 하면 그 재산이 우리 게 되는 거야.’라는 검은 욕망을 부추기며 오세이지족의 상류층 여성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가난한 백인 남성에게 있어 오세이지족과의 결혼은 곧 부를 얻을 수 있는 돌파구로 작용한다. 이는 곧 그들이 원주민에게 가하게 될 수많은 악의 기폭제가 된다. 어니스트와 몰리의 결혼을 기점으로 더 많은 오세이지족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밀주를 공급해 그들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죽게 만들기도 하고, 서구적인 백인들의 식습관은 그들을 당뇨에 걸리게 만든다.

  크고 작은 죽음 뒤에는 항상 어니스트와 헤일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었던 어니스트는, 두 얼굴을 가진 절대 악 삼촌 헤일의 완벽한 꼭두각시가 돼 원주민들을 죽이는 것에 일조한다. 이내 아내 몰리를 사랑함에도 그녀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도 동조한다. 이토록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드러나는 상황임에도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무분별한 학살에는 면죄부가 있다. 결국 수사극도 허울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야만인은 누구인 것일까? 거장의 시선이 완성한 서사시는 곧 죽은 이들을 향한 추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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