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역대 최고 득점자 서호준(생명정보·4) 군

사진·천주연 기자 cielckssy@ssu.ac.kr

  공부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렵고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게 또 공부다. 그런데 공부가‘즐겁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책상에 앉아 끙끙대기보다는 배운 것을 적용하면서 말 그대로 행복하게 공부하는 사람, 서호준(생명정보·4) 군을 만나봤다.

  8월 22일(토), 한국경제신문 주관으로 치러진 제4회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이하 테셋)에서 그는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경상 계열이 아닌 자연대 학생이라는 것이다. 경상 계열이 아닌 데서 S등급이 나온 것은 최초일 뿐더러, S등급에서도 277점이라는 역대최고 점수다. 수험생들의 평균 점수가 156점인 것을 생각하면 그가 거둔 성과의 대단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평소 좋아했기에 잘할 수 있던 것

  전공이 아닌데도 고득점을 올리려면, 그만큼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했을텐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테셋을 딱히 준비하진 않았어요. 진로를 금융으로 생각하는 만큼 제 실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 도전해 봤거든요.” 거의 준비를 하지 않고 본 시험인데 역대 최고라니, 비법이 뭘까? 서 군은‘좋아하니까 평소 관심을 갖고 경제 관련 소식을 꼼꼼히 챙겨본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답했다. 정말 그것만으로 역대 최고의 점수를 낼 수 있는 걸까?

 

기본기 갖추면 유리한 시험

  “테셋 자체가 암기를 보는 시험이 아닌만큼, 굳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물론 테셋 문제가 100문제라면 그 중 2, 30문제는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건 경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풀 수 있는 문제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사고력이나 응용력, 추리력을평가하는문제라고한다“. 수능하고 비슷해요. 많이 암기하는 사람보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기본기’를 갖춘 사람이 유리한거죠.”그렇다면 그 기본기를 어떻게 길렀을까.

 

배운 것 응용하기를 습관으로

  그는‘살아 있는 학문’을 좋아한다. 단순 암기는 싫어하고, 생활 속에 응용할 수 있는 학문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성격이다. 서 군은 자신이 배운 학문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려 노력한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어려울 터. 우려 섞인 의문을 던지자 서 군은 쑥스러운 듯“처음엔 어려웠는데 자꾸 하면 습관이 되어 괜찮아요.”“습관이란 것은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끌고 다녀야 하지만, 얼마 있으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니기에 처음에만 어렵지, 반복되면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체화’된다는 뜻이죠.”즉 이론을 적용해보는데 처음에는 10분 이상 골몰해야 하지만, 뒤에 가면 바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본기의 비결은 독서나 신문읽기란다. 서 군은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군복무 시절에만 300권 이상을 읽을 정도 였단다.“ 사실 대학생 들이 할일이 많잖아요. 책 읽을 시간도 내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했어요. 5분, 10분이라도 그게 일년 동안이라고 생각하면 큰 시간이 되잖아요.”

 

기본기 쌓기는 곧 기초체력 기르기

  서 군은 기본기는 곧 기초체력이라고 말한다. 이해력, 사고력, 응용력, 창의력 등이 직접적으로 문제의‘답’이 될 수는없지만, 답을 찾는‘능력’이 될 수 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 소리 듣는 학생 있잖아요‘. 쟤는 평소에 공부는 안 하는데 성적은 좋더라.’기본기를 갖춘 학생들은‘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들이는 시간에 비해 능률적으로 성과를 올릴 수가 있거든요.”그런 학생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불공평하다”고 하는 학생이 있지만 서 군은 그건 공평한 결과라 생각한다.“ 기본기란게 바로 보이질 않거든요. 정말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기초 체력’을 갖춘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실제 요즘 시험들은 대부분 암기보다 실제 업무 능력을 중요시하고 이를 평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부도 기본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서 군의 생각이다.


‘‘기술도 아는 경영자’’가 꿈

  이렇게 뭔가 암기하는 것보단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중시하는 서 군은 바로 이런 이유로 경영학에 관심을 갖게됐다. 사실 서 군이 원래 꿈꾸던 진로는 과학자였다. 이 때문에 생명정보학과로 입학했고, 대학원에 가서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단다. 그러나‘반쪽 학문’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경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기술자이되, 경영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막상 경영 수업을 들으니 재밌고 생활 속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었어요. 성적도 잘 나왔구요.”좋아하고 잘 하는 일인만큼‘경영도 아는 기술자’에서‘기술도 아는 경영자’로 진로를 바꾸게 됐단다.


대학생활은 ‘‘장기투자’’ 관점으로

  서 군은 자신의 사례를 들며 다른 학생들에게도 딱히 다른 전공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학문이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넓게 보면 다들 연관이 되고, 이는‘기본기’만 있다면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셋만 하더라도 경제 활동을 잘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장에 관심 있고, 뉴스를 듣고 응용해 볼 수 있는 정도로요.”

  대학은 고등교육인 만큼 암기보다는 장기 투자의 관점으로 진짜‘자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원래 전공인 생명정보를 잘 살려 경제와 과학 기술을 접목한 프로 금융인을 목표로 한다. 그가 앞으로도 자신만의 특별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