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되어가는 바다ㆍㆍㆍ 아직 막막한 주민들

 

작년 12월 7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태안 앞바다에 원유 12,547㎘를 쏟아낸 지 어느덧 3달여가 지났다. 그 동안 언론은 앞다퉈 기름유출사건의 전말을 보도했고 외국언론은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적인 노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사회각계각층의 인사들은 서로의 의견들을 피력하는데 주력했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낮춘 채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분들은 바로 태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피해지역 주민들이다. 앞으로도 태안 피해지역을 지킬 태안 토박이 주민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모래사장에 기름덩어리가 스며들어 트랙터로 모래를 뒤엎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전 8시, 그 기약없는 생활


오전 9시, 태안 천리포 해수욕장에는 이미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인부터 꼬마까지 방제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속에서 비록 봉사자의 규모는 줄었지만 열정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틈에서 검게 그을린 태안 피해지역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검게 변한 바다만큼이나 검게 변한 방제복을 입고 있었고, 대부분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분들이었다.


천리포 주민들의 일과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 방제작업은 9시부터 시작이지만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착용할 방제복에서부터 각종 장비들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작업준비를 하고 오전 9시면 각자 자신의 작업장으로 향한다. 피해지역에서 직접 방제작업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몸이 많이 불편하신 분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등 보조적인 일을 한다. 모든 작업은 오후 5시에 마친다. 하지만 주민들은 작업장 정리 등을 하다보면 오후 6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야 집으로 향한다.


이런 반복적인 일상을 보낸지 벌써 3달 째, 단 하루도 맘 편히 쉬어 본적이 없다. 앞으로 몇 년이나 현재의 생활을 해야한다는 기약도 없다. 주민들은 “평생을 바다만 보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고 나니 억울함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며 “하루빨리 예전처럼 바다로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태안주민들은 아프다


천리포 주민들은 방제작업을 시작한지 불과 4~5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처음 어지럼증을 느꼈을 땐 기름냄새 때문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부가 상했고 코피부터 구토증세까지 그 증상은 심해졌다. 방제작업을 시작한지 3달이 지난 지금, 천리포 노인분들 중 눈이 침침하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다. 주민들은 “몸 챙길 겨를이 없고 병원 갈 돈 조차 없어 참고 지낸다”며 “작업장에 설치된 보건소에서 주는 약을 먹고 있는게 전부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왜 아픈지 이유조차 모른 채 보건소에서 주는 진통제로 아픔을 달래고 있었다. 가끔 병원에서 나와 건강검진을 해주지만 주민들은 “병원에서 하는 것과 많이 다르고 잘 안믿는다”며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큰 문제는 대부분의 노인분들은 자신의 아픔에 무던하여 잘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태안 피해지역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이 악화돼 정부 차원의 정기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건강검진이 아닌 피해지역주민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속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 천리포 해주욕장주인이 자원봉사자들의 작업복을 정리하고 있다.

지원금은 있지만 수혜자는 없다
천리포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과 관광산업, 소규모의 농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평생 이어온 생업을 3달 째 못하고 있다. 본래 넉넉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기름유출사고로 때아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천리포 노인들이 받은 보조금은 14만8천원. 그것마저 자신들이 방제작업에 참여하여 받은 품삯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한다. 작년 12월 14일 협의된 ‘충청남도 국비 300억원 긴급 생계지원금 지원’ 등의 정부예산안이 무색하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인 주민들은 “그냥 나오는 대로 받고 있고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자원봉사자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도와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 자원봉사자가 화확약뭄을 이용해 기름문은 돌을 씻고 있다.

천리포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과 관광산업, 소규모의 농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평생 이어온 생업을 3달 째 못하고 있다. 본래 넉넉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기름유출사고로 때아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천리포 노인들이 받은 보조금은 14만8천원. 그것마저 자신들이 방제작업에 참여하여 받은 품삯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한다. 작년 12월 14일 협의된 ‘충청남도 국비 300억원 긴급 생계지원금 지원’ 등의 정부예산안이 무색하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인 주민들은 “그냥 나오는 대로 받고 있고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자원봉사자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도와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한다.


주민들이 정부의 보상을 받기 위해선 소득을 증명하기 위한 △거래증명 △소득증명 △수산물 물품운송장 △사진 및 영상자료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태안의 노인들은 이런 절차에 무지하여 봉사단체나 기관 등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방제비용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워 정확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바다와 생업 모두를 되찾고 싶다


서해안 일대 생태계가 원상태로 회복되려면 10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또 어민들이 생업에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연환경이 형성되려면 7~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 10년, 아니 100년 동안 태안의 주민들은 피해지역에서 살아야 한다. 천리포 주민들은 “자원봉사활동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이제 우리들이 생업을 되찾도록 다시 한번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태안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길이 끊어진 태안 어시장에서 팔려지는 해산물들은 기름유출사고와 관련이 없는 먼 바다에서 잡아온 것이다. 또 고구마와 같은 농산물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수확한 것들이라 전혀 몸에 해롭지 않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방제작업 뿐만이 아닌 제 2의 봉사활동을 바라고 있다.


태안 천리포, 만리포 해수욕장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여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는 곳들이다. 이곳의 경우 인력으로 가능한 복구는 80%정도 진행됐으며 육안으로도 바닷물은 많이 정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천리포 방제작업 4조 조장은 “천리포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이는 인력보다 기계를 이용한 빠른 작업이 더 효율적이다”고 말한다. 반면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지 못한 곳은 아직도 인력이 부족하다. 또 알려지지 않은 피해지역은 지역주민 위주의 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주민 마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대책본부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인력이 부족한 섬지역에서 방제작업을 할 수 있다. 또 피해지역마다 효율적인 방제작업 방법이 달라 대책본부에 문의하여 작업장을 배정받는 곳이 좋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곳도 있는 반면 기계의 힘이 필요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인력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올바른 자원봉사를 해야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12월 27일 (목) 우리학교 한생 한 명이 태안 자원봉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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