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이 본교를 방문했다. 지난 8일(목), 어느 봉사단체가 주최한 도시락 나눠 주기 행사에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깜짝 손님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예정에도 없던 박 위원장의 출연에 행사를 허가해
준 총학생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박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가수 김장훈 씨와 도시락을 함께 나눠 주기로 했으나, 총학생회의 항의에 못이겨 인사만 한 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주최측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미안하다.”는 말과“박 위원장의 방문이 급작스러워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뿐이었다. 그러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당대표가 행사 시간
에 맞춰 본교를 방문했다는 점이 의문이다. 또한 사전에 출연이 약속되지 않은 손님이라면 주최측에서 단호하게 거절할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모처럼 좋은 취지로 열린 이날의 행사는 예상치 못한 정치인의 참여
로 옥의 티를 남겼다. 결국 다음 날 봉사단체는 총학생회의 요구에 따라 사과문이 적힌 대자보를 교내에 붙이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의 잘못은 비단 정치인의 출연을 사전 허가 없이 무대로 올린 주최측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 허가도 구하지 않고 행사에 참여한 정치인 역시 문제다.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학교를 방문해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비추려는 정치인의 행위가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과 무엇이 다른가. 특정 정치인이 공식적인 절차없이 학교를 방문해 행사에 참여한 것은 분명 잘못한 부분이다. 혹 또다른 정치인이 표심을 얻고자 학교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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