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월)부터, 본교에‘아저근데’밴드가 초청되어〈Come on Everybody〉라는 주제로 채플의 시작을 알렸다. 그들의 음반 발매일은 3월 12일(월), 바로 개강 채플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들은 신생 밴드지만 알고 보면 10년 동안 뮤지컬을 해 온 베테랑 배우다. 이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음악으로 전향한 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결정의 기로에 섰던 이들, 밴드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그들과 화이트데이 14일(수)에 유쾌한 만남을 가졌다.

편집자

 

‘아저근데’밴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아저근데’밴드의 김준겸(이하 김), 이필승(이하 이)입니다.둘다10여 년 동안 뮤지컬을해왔고, 2년 전부터 음악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 디지털 싱글 앨범 한 장을 냈고요, 저희의 꿈은 콘서트를 여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뮤지컬을 해왔기 때문에,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드라마적 요소가 들어 있는 뮤지컬을 결합한‘코니컬(conical)’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본교 개강채플에 어떻게 초대를 받았는가?


 김 : 웨스트민스터 합창단에 계신 장세완 교수님이 문화 채플을 담당하고 계신데 그분과 사제지간입니다. 교회에서 서로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저를 초대해 주신 거예요. 와서 공연을 하게 돼 기쁩니다.

 

밴드 이름이 특이하다.‘아저근데’밴드 이름에 어떤 탄생 비화가 있는가?
 김 : 뮤지컬 배우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하면 해봤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네, 저희도 그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아, 저, 근데, 그게, 그러니까, 그래도 들어주시면…’하는 마음에, 우선‘아저근데’라는 말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것이 마음에 들어 노래 제목으로 결정했고 자연스레 밴드 이름으로도 정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오랜 기간 하다가 음악으로 방향을 바꿨으니 저희에 대한 음악적 기대감이 조금 덜 할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생겨나는 선입견에 대해 걱정이 되며 우려가 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다가가고자 하는 태도도 이름에 반영이 돼 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간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이 결코 조심스럽지는 않다. 음악만은 자신 있게, 그리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대로 한다는 그들의 말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세계를 엿볼수있었다. 하고 싶은 일은 막힘없이 하려는 모습에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김 : 분장실이요!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악기를 잘 못다룹니다. 반면 여기 형은 모두 잘 다루지요. 기타부터 시작해서 바이올린·멜로디언·리코더까지요. 뮤지컬 하던 시절, 형은 분장실에서 기타든 뭐든 악기를 연주해요. 현란하게! 분장실을 같이 쓰는 저는 옆에 있다가 음과 가사를 붙입니다. 그리고 즉석에서 노래를 탄생시키지요. 처음 만든 노래는 ‘수정 노래방.’

 “‘수정노래방’, '애쉬단란주점’, '연탄불고기’ 등 수많은 라이터들 중 눈에 띈 것은 ‘마우스 모텔’” “오, 괜찮은데?” 그들의 첫 음악은 이렇게 시작이 됐다. 분장실에서 우연히 부른 노래, 우연히 붙인 가사는 ‘아저근데’밴드를 결성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우연의 조합은 그들을 예측할 수 없었던 길로 안내했다.


‘아저근데’밴드만의 특별함이 궁금하다.


 김 : 한 가지 일을 10년 이상 지속한 것자체, 10년 넘게 그것을 유지하고 열정을 가진다는 자체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자타공인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십 년간 해오던 일을 뒤로 하고 새 일을 시도한다는 것, 어려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 길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뮤지컬 경력 10년이라는 내공 안에서 파생되는 힘은 음악과 같은 연장선상 안에 있었지요. 자신이 결정한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보면 그 안에서 생겨나는 아이디어, 넘쳐나는 힘들은 또 다른 10년을 만들어낼 것이고, 작게는 오늘 하루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열정의 태동이에요. 그것으로 말미암아 집중했을 때, 그 순간은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이지 않을까요?

 그가 음악을 접했을 때, 뮤지컬과는 다른 세계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같은 연장선에 있지만 해야 할 것, 해내야 할 것이 많았고 그것의 색깔들도 매우 달랐다. “저희가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적 성숙도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언가 이룰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들의 태동이 느껴졌다.

 

뮤지컬을 하다가 밴드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결정적 이유가 있나?


 김 : 뮤지컬은 복합적이고 단계적입니다. 무대에 서는 것은 배우지만, 표현하는 단계에서 작가·작곡가·음악가·연출가 등 여러 사람을 거쳐 뮤지컬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 내가 표출하고자 하는 가치를 바로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마치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그대로요. 그 자체가 음악에 발현이 되는 것이 좋았어요. 다시 말해, 누군가의 제재 혹은 정제 없이 내가 표현한 그대로 다른 사람과 맞닿을 수 있는 음악의 특징, 그러한 가장 큰 매력이 나를 이 길로 끌고 왔습니다. 음악은 나 자신을, 연출과 숨김없이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 그리고 공간이 됩니다.

 이 : 사실 제일 정확한 대답은‘하고 싶어서’입니다. 뮤지컬을 십 년 했는데, 음악은 나의 지난 십년의 세월 안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분장실에서 놀던 지난 날들, 모두 음악 연습이 됐습니다. 단지 용기 있게 시작을 끊었을 뿐입니다. 십년 동안 해 왔던 일이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뒤돌아보지 않고 실행한 것, 그것은 정말 ‘하고 싶어서’기 때문이지요.

 후회되는 일, 한계는 없었냐는 질문에 그들은‘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색 창에 ‘아저근데’밴드를 검색하면 앨범 발매일이 3월 12일(월), 인터뷰를 진행한 날의 바로 이틀 전이었다. “음악을 시작한 지는 2년, 그동안은 공부의 시기였습니다. 이제야첫발걸음을 뗐습니다.” 밴드로서 정식출범한 날, 그들의 첫 무대는 본교 개강채플이었다. “지금은 그저 신이 나요.”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김 : 저희 노래의 가사는 7호선에서 이뤄졌어요. 제가 ‘아,저,근데,그러니까’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참에 형에게 들려줬지요. 그런데 갑자기 저희는 영감을 받았어요.

 첫 번째 노래 ‘아, 저, 근데, 그게,그러니까…’는 고백하는 순간을 담은 곡입니다. 고백의 순간, 얼마나 떨릴까요. 그런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두 번째 노래 ‘나는 나는 수퍼맨’은 사연이 있어요. 저는 술을 좋아해요. 그런데 돈이 없으면 술을 못 먹잖아요? 제 친구들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그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이 말 없이 술을 사줘요. '친구니까’라고 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어느 순간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때의 감정을 글로 써놨습니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곡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일을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꽤 많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라. 너는 수퍼맨이다!’라고 전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 메시지에 ‘아
저근데’밴드만이 갖고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주기 위해 동네 슈퍼에 취직을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돼요.

 김 씨는‘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우리 다 같이 힘내서 살자, 우리는 수퍼맨이니까’라고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서 이번 <Come on, Everybody>채플의 메인 엔딩으로 이 곡을 선정했다.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부르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꿈이 이번 본교 무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밴드활동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이 : 일단 저희의 가장 큰 계획은 연말에 ‘코니컬’을 여는 것, 그리고 6월에 두 번째 싱글 앨범을 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뮤지컬을 했던 사람들이니까, 저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해 관객들과 음악적으로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저희의 노래를 부담 없이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저근데’밴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김, 이 : ‘아저근데’밴드는‘아저근데’밴드다! 이것은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어요. 당신은 당신입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일 수 없어요.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자체로 우리인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어떤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고, 나는 나, 너는 너의 정신이 ‘아저근데’ 안에 담겨 있습니다.


결정의 기로 앞에서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이 :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거에요. 저희 형이 하늘나라에 갔는데, 이 이야기를 빌려 말 하면, 꿈도 좋고 일도 좋긴 하지만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입니다. 때문에 매 순간 그날 주어진 일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내일 죽어도 후회가 안 될 만큼 가족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대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 자신을 믿으세요. 남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어요. 엄마, 아빠, 주위 친구들 이야기 등. 하지만‘나’를 믿어 보세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고 먹고 싶으면 먹으세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 보세요! 그러면 그 결정이 후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용기 없게 줏대 없게 주위의 말에 휩쓸리면 안 돼요. 핑계대기 전에, 나 자신에게 다가가서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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