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끄러웠던 총선은 지난주로 끝났다.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혹은 정당이 승리하여 기쁜 사람도 있을 터이고, 다른 사람들은 왜 나와 다른 정당을 지지할까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그런데 왜 사람마다 현재의 문제를 다르게 보고, 그 해결방법을 보는 관점이 이처럼 다른 걸까?
 

  신경과학자들은 개인의 정치적 관점이 보수적일지 혹은 진보적일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우리 몸 안의 유전자형을 꼽는다. 부모로부터 어떤 타입의 도파민 수용체를 내려 받았느냐에 따라 그 자식이 진보적 인간으로 성장할지 또는 보수적 인간이 될지 결정된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한 후 느끼는 즐거움이나 쾌락·중독·고통·패배감 같은 보상(Reward)을 경험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도파민 수용체의 타입에 따라 이러한 보상에 대한 개인의 의존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성격이란 어떤 행위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보상이 반복됨으로써 얻어지는 행동 습관이라 볼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특정 타입의 도파민 수용체를 가진 까닭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서, 혹은 모험과 같은 위험한 행위로부터 얻는 보상을 더 즐기는 뇌 구조를 가졌다면, 이 사람의 정치적 입장은 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도파민 수용체의 또 다른 변이체는 주의력 결핍에 따른 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 유전자로 추정되고 있다. ADHD 증상을 가진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생존경쟁을 해나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아프리카 유목민을 대상으로 도파민 수용체의 분포를 연구해 보니, ADHD 관련 변이체를 가진 인간은 예측 불허의 환경, 예를 들어 떠돌이 유목생활 같은 환경에서는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이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 될지, 또는 남의 지탄을 받는 비열하고 가혹한 성격의 사람이 될지의 여부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 수용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이러한 예는 개인의 유전적 구조가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는 아주 의외라고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통합민주당의 패배는 예정됐던 일이라고 분석한다. 의외의 결과가 예정돼 있다니, 좀 이해하기 힘든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투표와 같은 집단 의사결정에서 우리는 종종 사전 예측과 다른 결과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사건이 끝난 직후에는 이런 결과를 의외라 받아들이나, 며칠이 지나면 또 그런 결과가 당연한 귀결이라는 식의 논리적 설명을 하곤 한다. 이와 같은 사후 설명은 과연 논리적일까? 예측하지 못한 결과로 거북해진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위로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처럼 명백한 논리를 보지 못하는 걸까? 사회에 소통되는 일차적인 정보가 왜곡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접하는 많은 정보 중에서 내가 내 마음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하기 때문인가? 인간의 역사에서 현재처럼 거대 다중이 한꺼번에 의사소통하는 환경을 겪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두뇌는 많은 무리의 독립적 의사표현을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진화할 기회조차 가져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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