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조선시대에 실업자가 있었을까요?”학생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주저한다.“너무 쉬운 질문이어서 얘기를 안 하는 건가요?” 역시 적막이 흐른다. “그렇다면 비행 청소년은 있었을까요?”현대도시문제 강의는 이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딱딱한 이론적 논의보다는 상식적 이해를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실업문제는 산업화 이후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회문제이다. 노비도 일종의 직업이고 조선 시대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던 평민은 자영농이든 소작농이든‘농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근대화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생산수단(토지)을 박탈당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결국 소수의 생산 수단을 보유한 자들에게 본인의 노동력을 상품화시켜 나가는‘취업의 단계’를 거치게 되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실업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러분, 우리가 왜 노숙자분들을 도와드려야 하고 경제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우리의 세금으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사회문제를 상식적으로 바라보고 파악하자는 의도에서 현대도시문제 강의는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사회 구조가 농업사회에서산업사회로 변화하지 않았다면 실업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사회구조가 변화면서 일자리는 제한받게 되고 여기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시킬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렇듯 그동안 너무나 익숙하게 접해 왔기에 때로는 무관심이나 무비판적으로 바라보았던 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성찰해 보자는 현대도시문제는 15주에 걸쳐 너무나 익숙히 접해 왔던 사회문제들의 발생 원인과 그에 대한 국가 및 정부의 대응 방안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변수들을 찾아 나선다.

 

 


  조선시대에 비행 청소년은 없었고, 청소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 청소년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 비행 청소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산업화 이후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까지의 준비 기간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일정 연령대를 “청소년”으로 규정하여 규범과 제약을 만들어 내니 비행 청소년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 “요즘 애들 정말 심각해”의‘요즘 애들’이 과연‘과거 애들’과의 타당한 비교를 통해 나온 말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애들은 정말 예의가 없어. 옛날에는 대가족이어서 안 그랬는데”에서 나오는 옛날 가족의 형태, 즉 전통가족의 형태인 대가족도 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된 잘못된 지식이다. 우리가 TV의 사극을 통해 보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가족 형태인 ‘대가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한국은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핵가족의 형태를 띄었다. 조선시대 평민의 평균 수명은 24세, 1945년 평균 수명이 35세였기에 3대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현대도시문제 과목은 그 동안 교과서(초ㆍ중ㆍ고)를 통해 수동적으로 정해진 틀에 의해 사회를 바라보았던 시각을 탈피하여, 좀 더 상식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강의가 이루어진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듯이인간 행위, 그리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과도하게 일반화시키고 규정된 시각만으로 바라보는 것은타당하지 않다. 또한 과도한 통계에 의한 해석도 지양해야 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 기사들은 보여지는 통계수치에만 집착하고, 통계 이면에 존재하는 중요한 사회적 변수들을 배제시켜 버림으로써 사회문제를 왜곡된, 그리고 획일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혼률의 급증, 무너지는 가족관념”과 같은 경우, 과거 여성은 남성에게 철저하게 경제적으로 종속이 되었기 때문에 이혼은 곧 굶어 죽음을 뜻했다. 이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보여지는 이혼율의 수치로 과거의 부부관계가 더 안정적이었고 부부 가치관도 옳았다는 이데올로기적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가정 내 폭력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보여지는 통계 수치의 해석은 자칫 과거의 가정과 현대의 가정 간에 잘못된 비교인식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범죄 통계에서는 특히 가정 폭력 관련 통계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려야만 수치로 반영이 된다. 폭력에 시달려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것이 범죄 통계의 허구성이다. 범죄 통계는 한 사회의 범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없다. 결국 현상에 대한 이해는 보여지는 수치 근저에 있는 여러 다양한 사회적 변수들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사회는 도시화의 과정이 서구유럽에 비해 급속히 이루어졌다. 압축적 경제 성장, 그리고 압축적 민주화를 이루어 낸 한국 사회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아노미적 사회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현상에 대한 이해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획일적이다. ‘현대도시문제’과목을 통해 이러한 정해진 시각의 틀을 벗어나서, 각자 내성적 이해를 통한 성찰적 접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