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서 입상한‘만장일치’팀 팀장 정상익(독어독문·4) 군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강한 지도 벌써 넷째 주다. 방학 동안 학생 들은 아르바이트나 공부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 매일같이 학교에 나와 열정적인 토론을 벌였던 학생들 도 있다. 세 번의 대회 입상으로 전국에서 인정받은 토론동아리‘만 장일치’팀의 △정상익(독어독문·4) △고성균(언론홍보·3) △조성 진(언론홍보·3) 군이다. 팀의 리더였던 정 군을 만나 대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만장일치를 위하여
 때는 3년 전이었다. 교양 과목인‘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수강생들 중에서 토론대회를 위한 팀을 구성했다. 그때 그 팀 이 현재 정식 토론 동아리인‘만장일치’의 시초였다. 대회를 위해 꾸려진 팀이었지만, 이후 동아리로 확대시켜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지난 2010년부터는 정식 동아리가 됐다.
 수강생들 위주로 소수 인원을 유지해 왔던‘만장일치’는 작년부터 수강생이 아닌 학생들도 신입 회원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무 명 가량의 회원이 모여 왕성한 활동중에 있다‘. 만장일치’는실질적인 토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매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다. 이들이 최 고로 여기는 가치는 바로 만장일치일 것이다.“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 결로 하지 않고 만장일치가 되기까지 토론해 결정하자는 의미에서‘만 장일치’란 이름을 지었어요.”

지금의 멤버가 모이기까지
 ‘만장일치’는 평소의 토론 활동은 물론이고 각종 대회에도 자주 출전한다. 동아리 내에서 몇 개의 그룹을 만들어 출전할 때가 많지만, 동아리 를 대표하는 한 팀만이 참가하기도 한다. 5월에는 교내 대회가 있고 7월 부터10월까지는전국대회가계속열리는데‘, 만장일치’는이런대회에 거의 모두 참여하는 편이다.
 정 군을 포함해 세 명으로 구성된 토론 팀은 지난 5월에 결성됐다. 이 멤버가 결정되기까지 나름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정 군은 작년부터 함께 활동한 친구 두 명과 함께 5월에 열리는‘숭실토론대회’를 준비했다. 그 런데 한 친구가 개인 사정으로 팀에서 빠지게 됐다. 다른 한 명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아리 신입회원 중 그 대회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던 친구를 팀에 영입했다. 그렇게 세 명이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고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다가 원래 팀에 있던 한 명이 군대를 가는 바람에 준우승 팀에 있던 다른 친구를 또 영입했다. 그렇게 모인 세 명이 지금의 팀원이다. 영입에 영입을 통해 만들어진 팀은 8월까지 네 달 동안 내리 세 번의 전국 대회에 출전했다.

‘육사’로 오해받는 우리 팀
 대회 준비중 재밌는 일은 없었냐고 묻자, 정 군은 망설임 없이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팀원들은 대회 준비를 위해 매일같이 학교에서 만났 지만 토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면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그나마 조금 나눴다고 한다. 팀에 여학 생이 없어서 그럴까?“가끔 학교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대회도 있는데요. 그런 대회에 나가면 학생들이 서로 무슨 대학 팀인지를 추측해보 곤 하죠. 그런데 다른 학생들이 저희를 보고‘아, 쟤네는 육사(육군사관 학교)다.’했어요. 하도 분위기가 칙칙해서 그랬을 거예요.”
 세 사람 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다 같이 말을 않고 조용히 있어도 어색해하는 사람이 없단다.“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는 태풍이 오 고 학교에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남자 셋이 조그만 강의실에 갇혀서 하 루 종일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재밌는 일은 전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 중 고 군은 특히 말이 없고 낯도 많이 가린다고 했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면 그는 180도 바뀌어 갑자기 무서운 사람이 돼 버린다. 그는 논리적으로 날카로운 비판을 잘 하는 사람이라 이 팀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맡았다. 정 군의 경우 토론의 전체 흐름을 잡고 조절하는 역 할을 맡아, 돌발 질문을 던진다거나 토론을 팀에 유리한 쪽으로 돌리는 일을 담당했다. 조 군은 호소력이 좋아서 스피치를 주로 맡았다.“세 명 의 스타일이나 장점들이 다 달라서 토론할 때 보완이 잘됐어요.”보통 토 론 팀들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생기고, 심하면 팀이 분열되 기도 한다. 하지만 이 팀은 신기하게도 싸운 적이 없으며, 그만두려는 이도 없었다. 그만큼 좋은 팀워크가 이 팀의 강점이다.

“준비 과정이 가장 중요해”
 지난 여름방학 동안 이 세 명은 혹독한 훈련을 했다. 일단 대회의 논제가 공지되면, 각자 그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한다. 책이나, 논문, 신문 기사 등 조금이라도 주제와 관련이 있다면 일단 찾고 본다. 자료 수집이 끝나면 팀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주장을 정리한다. 찬반 양측의 주장을 함께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 논의는 끝이 없다. 찬성측을 완벽 히 하면 할수록 반대측의 빈틈이 보이는 것과 같이, 계속해서 허점이 발 견되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와 더불어 실전 연습도 많이 했다. 팀원끼리 혹은 다른 동아리 회원들, 선배들과 함께 실전처럼 연습을 해보는 것이 다. 토론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다음, 단어나 문장을 하나하나를 짚어 보고 사소한 것까지 다 평가한다고 했다.
 이런 훈련은 물론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밤 을 새우는 것은 일상이라고 한다. 정식 동아리임에도 동아리방이 없는 ‘만장일치’는 박삼열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매일 강의실 하나를 빌려야 했다. 강의실 대여 문제로 경비 아저씨나 청소 미화원들과도 많이 마주 쳤다고 한다.“방학 때 경비 아저씨 한 분과 친해졌어요. 그 전에 학교 생 활 하면서는 몰랐는데 경비아저씨가 굉장히 자주 바뀌더라고요. 학생들 을 굉장히 좋아하는 아저씨였는데 다른 곳으로 가셔서 아쉬워요.”
 방학의 대부분을 소요하면서까지 토론을 하는 이유는 뭘까.“취업을 위한 직접적인 스펙도 안 되고 상금이 큰 것도 아닌 데다, 준비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그걸 왜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런데 저는 이런 준비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 하 나의 목표를 가지고 집중해서 노력하는 과정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이니까요. 물론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것도 많고요. 힘들었을 텐데 잘 따라 와준 팀원들에게 고맙죠.”

대회는 그야말로 ‘정체성의 혼란’
 이들은 끝없는 준비를 하고서‘3대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 출전했다. △한국대학생토론연합 주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KTV 문화체 육관광부장관배 대회에 연속해서 참가한 것이다. 맨 앞 대회에선 우승을 했으며, 나머지는 은상을 수상했다. 이런 대회들은 대부분 1박2일이나 하루 동안 진행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팀 을 연속해서 상대해야 한다. 물론 찬반은 추첨으로 정해진다. 경기와 경 기사이에는오분에서십분정도의시간만주어진다“. 찬성의 입장에서 토론을 했는데 바로 다음 경기에서 반대가 걸릴 경우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해요.”정 군의 출전 소감이다.
 급박한 대회 상황에서도 기쁜 순간이 있다고 한다. 강력한 경쟁 상대 를 만날 때다.“교내 대회를 포함해 열아홉 번의 경기를 했는데 딱 한 번 졌어요. 한양대 남학생과 국민대 여학생으로 이뤄진 커플 팀이었습니다. 커플이라 그런지 서로 잘 맞고 준비가 잘 돼 있었어요. 그 팀과 또 한 번 토론을 해보고 싶습니다.”대회를 거듭하다 보면 다른 타대 학생들도 많 이 사귀게 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데다, 다들 말하고 듣는 걸 좋아해 서 그런지 금방 친해진다고 한다.

인문학의 위기? 토론의 기회!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대회의 주제는‘인문학의 위기’였다. 학과가 통폐합되고 인문학 열풍이 불어도, 학문 자체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위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변화 없는 소수 인문학과만이 사라지고 있으며, 인문학이 다양하게 활용될 방향 이 있다는 것이 기회라고 보는 측의 입장이다. 인문학의 기회이자 위기 일 수 있는 시점에서 우리 학교의 인문학 교육은 어떤 상황일까?“진짜 인문대생 다운 학생이 많지 않아요. 책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해보는 학생들을 만나기 쉽지 않고, 수업도 점점 실용 위주로 가고 있는 듯합니 다. 취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토론 을 많이 하는 등 각자 노력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인문학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교내 인문학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지목된 토론의 경우, 이미 좋은 교 육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은 저조 한 편이다.“저희는 어딜 가든 숭실대 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토론 잘 하는 학교로 유명한데, 오히려 교내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자기가 열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토론을 배울 수 있어요.”
 정 군은 토론에 대한 학생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말했다.“토론은 싸움이 아니에요. 처음 의견을 말하고 반박당하면 당황스럽겠지만, 한두 번만 극복하면 나중엔 비판이 즐거워져요.”그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반박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잘 받아들인다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고, 사실은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아주 사소한 질문들까지도 서슴없이 해보세요.”

세계로 뻗어나갈 ‘만장일치’
 “재미있고 얻는 것도 많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토론을 하고 싶어요. 토 론도 계속하고, 마지막 학기인만큼 후배들을 돕는 데에도 주력할 계획입 니다.”그는 자신이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후배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또한 취업에서부터 연애까지 모든 관심사에서 성 과를 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 목표라 했다. 그래서‘토 론은 정말 열심히 할 가치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3학년 때 토론대회를 알게 됐다“. 만약 제가 지금 4학년이 아니라 3학년이라면, 전국 재패를 했으니 외국으로도 나갈 수 있었을지 몰라요. 지금의 1, 2학년 후배들이 좀 더 노력해서 언젠가는‘세계대학생토론대회’까지도 진출했으면 합니다. 세계대회가 전혀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에요.”세계에서도 만장일치로 인정받는 토론 팀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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