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흔들리는 청춘을 얘기하다

 

11일(목) 신간《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들고 김난도 교수가 다시 한 번 본교를 방문했다. 약 두 시간 동안 그는 선생 님의 입장에서 사회 속에서 청춘이 어떻게 자신을 추스르며 살아갈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그의 강의 속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예되는 고민들
 오늘날 사회는 젊은이들이 시기마 다 해야 할 고민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남들 처럼 취직해서 번듯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니?’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각인 시킵니다. 정체성·꿈·이성에 대한 고민 등의 문제들은 남들이 말하는 더 나은 시기로 유예됩니다. 하지만 대학 생이 됐다고 고등학교 때 미뤄뒀던 고 민과 걱정거리들이 일거에 사라지던 가요? 아닙니다. 골칫거리들은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더 증폭됩니다. 해결 되지 않은 고민들이 단지 시간이 지난 다고 사라지거나 정리되지는 않기 때 문입니다. 오히려 다른 문제와 겹쳐서 더 엉키고 복잡해질 뿐이지요. 지금 풀 어야 하는 문제를 자꾸만 뒤로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 의 부족에서 오는 흔들림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흔들림 자체가‘어른’이 되는 과정입니다.

아픔은 개별적이며 모두가 가진 것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인생은 희극으로 보이고 내 인 생은 비극으로 보인다.’이 말에 맞는 얘기가 한 칼럼에 실렸습니다. 어떤 변 호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비싼 집에서 누구보다도 예쁜 아내가 있습니다. 딸 은 미국 명문고를 다닙니다. 누가 보더 라도 부러워할 만한 사람입니다. 하지 만 그의 집은 저당 잡혀 곧 경매로 넘 어갈 예정입니다. 아내와는 십 년째 별 거중이며, 딸은 학교에서 곧 퇴학당합 니다.
 어느 누구의 아픔이든 그것은 철저 히 개인의 문제이며,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아픔을 잘 나가 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하고 스스로를 학대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 다. 그러니 옆의 친구가 나보다 나아 보인다고 자기 자신을 힐난하지 마십시오.

Amor Fati(네 운명을 사랑하라)
 작년 여름,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습니다. 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제목이 ‘교수님 살려주세요. 두 사람 목숨이 달려있습니다.’였습니다. 부모님이 두 살 때 이혼하시고, 아버지는 술만 먹으 면 자식을 때렸습니다. 어느 날 그 아 버지도 자살하셨습니다. 남동생은 문 제를 일으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 고, 본인은 어느 것 하나 잘난 것도 없 는 사람입니다. 몇 가지 도움과 함께, 전 그에게‘네 운명을 사랑하라.’고 전했습니다.
 그 친구는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합니다.‘서울대 다니는 교 수라 이런 말밖에는 못 해주나 보구 나.’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 누가 사랑할 것인가 생각 했습니다.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니지 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느낌은 달라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맞닥뜨 리는 고통은 대개 외부에서 옵니다. 그 것을 욕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면, 스스로의 어깨에 천 근의 쇳덩이를 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에게 닥 친 시련조차 사랑으로 바라보고 살아 나가십시오.

고통이란, 눈부신 반전의 다른 말
 폴 스미스라는 사이클 선수가 있었 습니다. 경기중 큰 부상을 입고 다시는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친척이 운영하는 디자인샵에서 점원 일을 하다 디자인에 눈을 떴습니다. 노 력 끝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됐습니 다.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일지라도 그 자체가 눈부신 행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고통으로 다 가오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를 어떤 방 식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삶 의 큰 축복입니다. 한 칼럼에서 본 글 귀가 생각납니다. 그림을 그리다 한 획 을 잘못 그렸습니다. 망쳤다고 생각하 고 종이를 내다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획에 맞춰 다시 조금씩 그려 가다 보면 훌륭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삶 또한 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성장과 ‘셀프마킹’
 에스컬레이터는 서 있기만 해도 사 람을 목적지에 데려다 줍니다. 하지만 진로를 의미하는 인생의 에스컬레이 터는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줄 지, 아니면 중간에 뚝 끊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에스컬레이터가 좋 은 삶으로 데려다 줄지 모르므로 사람 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에스컬레 이터를 보고 비교하느라 노심초사합 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에스컬레이터 를 고르느냐가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삶의 계단을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버텨야 하지 않을 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미래를 스 스로 그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셀프마킹’이라고 부릅니다. 벤치마킹을 본뜬 말이죠.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그리며 그것을 향 해 나아가십시오. 자신이 그리는 모습 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말고, 철 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합니다.

흔들리고 있는 그대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출간하고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한 선생님의 입장으로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추스 르고 살아갈 것인가를 책을 통해 가르 쳐 주고 싶었습니다. 책이 비판받더라 도 어느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이겨 낼 용기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소임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흔들리는 청춘들, 갓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든 사회초년생 까지 모두가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을 살 아가길 기도합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