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의 직위는 △명예교수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시간강사 순으로 나뉜다. 이 외 의 겸임교수와 교환교수를 채용하기도 한다. 이 중 명예교수, 겸임교수, 시간강사는 비전임교원 즉 비정규직 교수다. 현재 우리학교는 교수 1056명의 정원에 시간강사가 695명에 해당한다. 약 65.8%에 해당하는 수업을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4년제 대학 시간강사는 2006년을 기준으로 국공립대 1만 7960명, 사립대 3만 5405명으로 총 5만 3365명에 이른다. 지난 해 9월 7일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 즉 시간강사들이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교육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지식인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에 있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강사는 근로자


교원은 대학에서 법적 지위가 뚜렷하다. 교원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자는 교육법에서 지위가 없다. 게다가 지난 해 4월 대법원은 시간강사를 근로자라고 판결내렸다. 법적으로 시간강사의 위치는 노동자다.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 보호법)’에서는 또 빗겨가 있는 상태다. 지난 2007년 4월 19일 노동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에서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법 적용의 예외로 삼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법은 시간강사를 노동자로 분류했지만 보호 대상에서는 제외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신세라는 것이다. 또한 강사는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대학에서는 강의평가를 할 수 있는 자를 교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교수라 불리는 이들이 처음부터 교원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1949년만 하더라도 교원의 지위를 가졌으나 유신정권 때 지식인 탄압의 이유로 교원직을 박탈당했다. 목포과학대 사회복지과 형광석 교수는 논문에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교육부와 사립대학이 비용절감을 위해 전임교원을 값싼 노동력인 시간강사로 대체하면서 시간강사의 과잉공급을 초래했다”고 했다. 이후로 줄곧 강사들은 교원으로의 직위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은 보따리 장사


또한 시간강사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이들은 시간당 3만원의 급료를 받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다 보니 이 대학 저 대학을 다니며 강의하기 바쁘다. 보따리장사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의료보험이나 퇴직금 등의 사회보장이 전무한 실정에 연구실도 없으며 각종 연구비에서 배제되고 있다. 그야말로 열악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위를 넘어 학문을 탐구해야 할 신분으로서는 온전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논문이나 연구등의 활동도 할 수가 없다. 특히나 기혼자로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강사라면 더할나위 없다. 학생들은 이들을 교수라 부르지만 정작 교수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없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비관 자살이 잇따르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시간강사를 하던 한 모씨와 서울대 불문과 강사의 자살이 있었는가 하면 2006년에는 서울대 독문학과 시간강사, 2003년 서울대 러시아어과 시간강사까지. 시간강사들이 느낀 고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간강사 지위 보장해야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에 시간강사 제도 개선에 대한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아직까지 그 실효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시간강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최순형 의원, 2006년 우리당의 이상민 의원, 2007년에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세 개정의 기본방향은 비슷한 편이다. 이 개정안들이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는 자동폐기 되므로, 시간강사들의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형편이다.
시간강사의 현실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곧 교육과 맞닿기 때문이다. 시간강사 제도를 통해 고급인력이 낭비됨은 물론이요,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 이는 인문학의 위기와도 같은 맥락을 갖는다. 소위 되는 학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낮은 인문분야의 교수 채용은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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