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계절의 뚜렷함이 잘 보이질 않아 언제가 가을인 지 그리고 언제가 겨울인지 가끔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캠퍼스의 단풍과 낙엽을 보면서 그동안 내 머릿속을 가장 맴 도는 단어들 중 하나가‘모럴해저드’라는 생각이 든다.
 4년 전 2008년 가을, 미국의 5대 투자은행중 하나이고 미국 젊은이들의 선망의 직장이었던 Lehman Brothers가 회사 정리 신청을 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로써 전 세계에 심각하 게 영향을 주어 왔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러한 원인을 여러 각도에 볼 수 있으나, 그 중 핵심적인 단어 의 하나가 모럴해저드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시작되어 금융 혁신을 통한 파생상품을 통해서 대형 투자은 행, 헤지펀드 사이에 모럴해저드가 이루어졌고, 신용평가기관 등이 여기에 가세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를 보면서 예금자의 피땀 어린 돈이 소유주의 사욕이나 외부의 압력 등으로 말도 안 되게 사라지는 것이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는 모럴해저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모럴해저드 문제에 대한 해 결 방법으로 대리인의 노력의 정도를 감시, 평가할 수 있는 모 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도 관련 당사자들의 모럴해저드를 금융 당국이 제대로 규제 감독하지 못한 것을 위기의 주원인으로 보았고, 이후 금융개혁법을 제 정하여 규제를 강화하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삼국 지의 유비·관우·장비라는 세 주인공의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이 군주와 신하라는 관계 속에서도 끊임없는 믿음과 충성을 통하여 죽음도 거의 동시에 맞게 되는 극적인 인생은 경영자나 종업원 사이의 모럴해저드와 모니터링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그 이상의 시스템을 통하여 진행되었기 때문 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합리적 사고를 가진 행위자의 것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와 동시에 그 이상의 인간적 영혼도 향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미 래의 인생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캠퍼스의 많은 청춘들에게 이러한 화두에 대하여 진지하게 사고해 보기를 권하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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