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 지구 언덕 위에 있는 어부의 요새에서 아름다운 도나우 강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뒤로 한채그곳을 떠나기 싫어지기 때문이 다. 화창한 봄날이든 눈이 오는 겨울 이든 상관이 없다. 강렬한 햇빛을 반 사하는 도나우 강, 눈꽃이 휘날리는 도나우 강 모두를 유럽 최고의 광경이 라 해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정도니 까. 강 건너편 평지인 페스트 지구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국회의사당 이 보이고, 두 지구를 연결하는 세체 니 다리가 수려함을 뽐낸다. 이 다리 가 도나우 강의 양쪽을 연결하지 않았 더라면, 우리는‘부다페스트’라는 도 시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두지구는 부다라는도 시와 페스트라는 도시로 존재했을뿐, 전혀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흔히 말 하는 부촌이었던 부다 지구, 상대적으 로 낙후되었던 페스트 지구는 세체니 다리를 통해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 어낸 것이다.
 페스트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부다 왕궁의 자태와 부다 지구에서 굽어보 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마치 피아노의 낮은 음과 바이올린의 높은 음이 멋지 게 어우러진 것처럼 조화를 잘 이룬 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열 개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 모 습. 국회의사당이 헝가리 건국 천 년 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페스트의 가슴 이라면, 부다 왕궁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파괴되기를 반복한 부다의 아픔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다 라는 아픔을 페스트라는 가슴으로 느 끼는 도시가 부다페스트이기도 하다.
 헝가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었 던 마차시의 이름을 딴 마차시 교회에 서 겔레르트 언덕까지 걷고 나면 사바 차그 철교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풍 기며 나타난다. 약간은 지친 발로 철 교를 건너 수많은 상점이 꼬리를 무는 페스트 지구로 들어선다. 오랫동안 걷 고 난 후에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한잔이 마치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마시는 막걸리의 느 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커피를 마시면서 막걸리를 떠올리는 생뚱맞 은 생각은 헝가리를 건국한 마자르족 이 동방에서 이동한 기마 민족이기때 문이라는 아전인수 해석으로 나를 이 끈다.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유목민 들이 부다와 페스트에 정착했을 당시 의 모습을 상상하는 막간의 망중한만 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부다페스트는 화합과 소통의 의미 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화합, 구시가와 신시가의 소통은 도나우 강의 진주라는 별칭을 부다페스트에게 안겨 주었으며, 이 도 나우 강변의 아름다운 진주를 찾아수 많은 사람이 지금도 오고 간다. 나는 단절과 반목의 이름에서 상생의 모습 으로 다시 탄생한 부다페스트를 사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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