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게임‘타이니팜’메인 기획자 김희진(통계·04) 동문

요즘 많은 사람에게 스마트폰 게임은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게임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SNG(Social Network Game)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결된 사 용자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귀여운 캐릭터로 여성 유저들 의 사랑을 받고 있는‘타이니팜’역시 SNG에 속한다. 현재‘타이니 팜’의 메인 기획자로 있는 김희진(통계·04) 동문은 한때 영화제작 을 꿈꾸며 백수생활을 하기도 했다는데, 그를 만나 지금 자리에 오 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바일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간략히 소개 좀 해주세요.
 그런가요? 사실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은 계속 있어 왔어요. 대중들의 관심이 별로 없었을 뿐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이 생기고 많은 사람이 스 마트폰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제가 그걸 기획한다고 하니까 신기하게 바라보는 거 같아요.
 게임 기획자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이에요. 기획자는 디자이너죠. 그림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걸 디자인해요. 시스템은 어떻고, 이미지는 어떻고, 이 게임은 어떤 게임이며 앞으로 어 떻게 갈 것인지, 모든 것을 구성하는 일을 해요. 마치 건축가가 설계를 하 는 것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게임에 대한 계획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팀을 구성해요. 그때 어떤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게 기획자고, 그걸 감독하는 사람이 피디예요. 그런데 지금 저는 이미 한 번 론칭된 게임의 팀에 들 어간 경우죠.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재미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 하고 디자인해요.

게임 관련학과가 아닌 통계학과를 전공했는데, 이유가 있었나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정해진 목표를 위해 한 분야만 몰입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딱 어떤 직업이라기보다‘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또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직업을 정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문과와 이과를 폭넓게 다뤄 보려고 통계학과를 선택했죠. 통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접근성이 좋겠다고 여겼죠. 대학시절 많은 걸 하고 싶어서 고민은 했어도 장래 직업을 정하지 못 해 불안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공부만 하던 학과 동기들과는 다르 게 소모임과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교내에선 학술봉사 동아리‘KUSA’와 창업 동아리‘시너지’에서 활동했고, 외부 연합 동아 리인 마케팅 분야 동아리에도 들었어요. 학과 생활만 했으면 과가 전부 였을 텐데, 다른 학과와 다른 학교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뭔가를 해보고 서로에 대해 알 수 있었죠.
 마케팅과 창업 관련 동아리에 들어간 건 한 수업이 계기가 됐어요. 저는 전공과 아예 다른 분야의 수업도 듣곤 했어요. 국어국문과나 철학과 강의도 들었죠. 어느 날은‘마케팅원론’이라는 과목을 발견하고 그 단어에 끌려 수강을 하게 됐어요. 마케팅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때 처음 들은 거였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프를 그려 놓고 구한 값이 맞는지 아닌지만 따지는 통계학과 수업과는 달랐죠. 마케팅 강의에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있었어요. 교수님은 자동차나 맥주와 같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마케팅 방법을 가 르쳤고, 학생들은 현란한 자료를 써 가며 발표를 하더라고요. 그때‘이런 게 수업이구나.’하고 느꼈어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실제적 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동아리에 들었던 거예요.

대학 졸업 후 통계 관련 업종에 취직하려 하진 않으셨나요?
 스무 살이 되고부터 용돈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어요. 그때 통계 관련 연구소에서도 일을 해봤어요. 통계에서 어떤 결 과가 나오면 의뢰했던 업체에 보고서를 써서 전해 주는 방식이었어요. 방대한 데이터에서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걸 통계로 뽑아 낸다는 건 분명히 보람이 있고 매력 있는 일이죠. 그렇지만 더 많은 걸 하고 싶었어 요. 보고서를 전해 주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보고서를 통해서 새 로운 걸 기획해 보고 싶었던 거죠.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면서 회 사에 대한 환상이 많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고민을 했는데, 졸업 후에 내 린 결론은 어릴 적부터 품어 온 꿈을 이루자는 거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자는 꿈을 꿔 왔거든요. 어릴 땐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비디오나 TV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놀 거리였어 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서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한예종에 가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고 1년 동안 공부한 후 시험을 치렀지만 2차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그 다음 해에 또 지원을 했지만, 역시 탈락을 면치 못했어요. 새로운 걸 배운다는 것에 대한 불안 감은 없었지만, 영화 이외의 모든 걸 포기할 만큼의 간절함이 부족했던 게 합격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두 번이나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뒤, 어떻게 해서 영화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나요?
 두 번째 불합격 소식을 들은 게 2010년 12월초였어요. 모든 의욕이 사 라져서 집에 누워만 있었죠.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그날 하루 만은 뭔가 특별하고 활발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동아리 선배나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 밖에 나갈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새해가 되면서 또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됐어요. 영화를 정말 만들고 싶었다면 진작 밖으로 나가 만들었어야지, 왜 굳이 한예종에 가려고만 했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영화학교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영화를 다신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너무 영화만 생각하지 말자고 했던 거죠. 중고등학생 때부터 가져온 꿈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먹고 살기 위해 취업은 해야 했어요. 마케팅과 통계 두 가지 길이 있었 죠. 그때‘지금까지 하고 싶은게아니라 해야될걸하며 살지 않았나.’하 고 자신을 돌아봤어요. 88만 원 세대가 되면서 저도 모르게 압박감을 갖 고 있었던 것 같아요. 뭘 시작해도 남들보다 출발이 늦다는 생각에, 그럴 거면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했죠. 영화계에서 십 년을 일한 전 문가도 아니고, 통계 분야 역시 완전한 전문가가 아니었어요. 어차피‘0 인 사람’이었죠. 원래부터 가진 게 없으니까 포기할 게 없는 거예요.
 2011년 2월이 되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자기소개서를 함께 쓰기 위해 만난 선배가 태블릿 PC와 트위터, 페이스 북을 알려 줬어요. 소비를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때까지도 피쳐폰 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아이패드2, 아이폰3가 출시되던 시기였죠. 선 배가빌려준아이패드로여러게임을하면서‘, 사람들이이런게임을많 이 하겠구나.’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안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가능성을 직감한 거죠. 재밌는 것들을 접하니까 아이디어가 마구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게임업계 여섯 군데에 지원을 했고, 그 중 한 곳인 모바일 게임 회사‘컴투스’에서 저를 인턴으로 채용했어요.

인턴에서 기획자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요.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부서는 QA(품질 관리)라는 곳이었어요. 게임이 출시되기 전에 미리 테스트를 해서 오류사항을 보고하고 개선 의견을 내 는 일을 했죠. 인턴기간 3개월을 마치고 나면 보통은 정직원으로 전환시 키는데, 컴투스에선 인턴들에게 어떻게 할 건지를 물어보더라고요. 정직 원이 되는 건 정원에 공석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어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속 시원히 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직으로 연장 하겠다고 했어요. 어차피 늦게 들어왔으니까 나가더라도 많이 익히고 가 자는 생각이었죠. 제가 QA에서 집중적으로 맡은 게임은‘타이니팜’이 었어요. 그러던 중 게임 업데이트 내용에 실망을 하고, 퀘스트와 아이템 등 저의 여러 의견을 문서로 작성해‘타이니팜’팀에 전달했어요. 제 의 견들이 실제로 게임에 적용되기도 했답니다.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는 인턴및계약직으로 일하고, 12월에는 QA 에서 추천을 받아 Monetizing(수익화)이란 마케팅 부서에서 정사원이 되 어 일을 했죠. 매출을 분석하고 아이템 기획과 모바일 광고를 맡는 부서 였어요. 그러던 중 당시‘타이니팜’팀기획자 분이 제가 그전에 작업했던 여러 제안서들을 칭찬하면서 기획에 관심 없냐고 여러 번 물어 왔죠. 갑 자기 부서를 바꾸면 원래 있던 부서에 피해를 줄까봐 선뜻 답을 하지 못 했어요. 일주일 동안 고민을 했는데 한 학교 선배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 잡았어요“. 마케팅을 잘 할 것 같긴 한데,그보다는 너의 작가다운 면을 펼쳤으면 좋겠다.”그렇게 올해 5월‘타이니팜’의 기획자가 됐고, 수많은아 이디어를 쏟아 내며 게임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기획 자로서 제 이름을 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이 되세요. 다른 새로운것 이 과연 좋을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거니까요. 하나를 잘하다가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그전에 키워 놓은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제가 게임 기획자가 된 건 마케팅을 배우며 익힌 기획적인 요소 와 영화를 공부하며 훈련했던 창조적 요소가 결합한 덕분인지도 몰라요.
 자기 전공과 학교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요. 아무리 좋은 학교에 다녀도 취업에 대해 똑같은 고민을 해요.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어요. 그건 자신감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죠.
 가만히 있지 마세요. TV를 끄고 네이버 신문은 그만 보세요. 뭐든 한 다음에야‘이래서 안 되네, 이래서 되네.’하는 게 생겨요. 계속해서 되든 안 되든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해요. 과제나 시험만이 아니라 그 위의 것 을 했으면 좋겠어요. 개발을 잘하는 공대생이라면 그걸 통해 아웃풋을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줬으면 해요. 홀로 있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같 이 지내면서 그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하지만 내겐 그렇지 않은 것들을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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