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헌수 신임총장 인터뷰

 

사진·박소현 수습기자 sh4903@ssu.ac.kr

총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던 계기와 개강을 앞둔 현재의 소감을 말해 달라.
  오래전부터 우리 대학이 한 번쯤 도약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런 면들이 조금만 개선되면 좋은 학교가 될 텐데’ 하는 아쉬움과 기대가 늘 있었다. 점점 교육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학교가 세대교체를 하여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도전적으로 학교를 운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다.
  구성원들에게 많이 베풀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학교의 형편을 전에도 알기는 알았지만 다시 들여다 보니까 너무 어렵다. 경제적으로도, 주변 상황도 좋지 않다. 취임하자마자 고통 분담부터 호소하게 돼 걱정이다.


  작년 교내총장후보토론회에서 “공적인 소통 채널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구성원과의 소통의 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김대근 전 총장은 학교를 위한 일들을 기획했지만, 계획단계에서부터 마땅히 참여하고 알아야 할 사람들이 막상 그 일을 잘 몰랐다.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최소한 건물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짓는지 정도는 교무위원과 학과장 등이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다 준비가 된 다음에야 알려주는 형태였다. 이제부터는 어떤 제도를 구상하면 그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 직원들이 관련됐으면 노조와 미리 협의를 하며, 교수협의회나 교무위원들과도 같이 협의하는 게 공적 소통이다. 공적인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는 또 개인적으로 설명을 하며 이해를 돕는 과정도 필요하다. 공적 채널과 사적 채널을 통해 학교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미리 잘 설명하면 소통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이 뭘 원하는지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자세를 갖는 게 소통이다. 스스로의 학생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자녀를 보는 입장에서 학교에서 뭘 해주면 좋을지를 먼저 생각하고 도와야 한다.


  전 총장은 퇴임 인터뷰에서 “차기 총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내부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단과대학 중심, 학과중심의 행정을 하겠다. 지금까지는 본부가 학교의 일들을 이끌어 갔다고 한다면, 앞으로 본부는 지원만을 하며 모든 일은 단과대학과 학과가 앞장서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수학생 유치부터 좋은 교육, 취업까지 학과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강구할 계획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자꾸 단위학과에서 창출해 내면 거기에 맞도록 직원이나 학교 행정부서가 움직일 수밖에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구성원의 역량이 결집될 수 있다. 사실은 그게 본인이 ‘역동 숭실’을 주장하는 요체다. 밑에서부터 모두가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자. 역동적으로 움직이면 역량이 결집되지 않겠는가.


  △문경연수원 △사이버대 인수 △현대중공업·KT 산학연센터 등 전 총장이 남겨두고 간 사업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산학연센터부터 말하자면, KT에서 들여오려는 시설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설비인지 교육과학기술부가 판단해줘야 하는데 계속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연됐다.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상호 접촉을 하는 중이다.
  사이버대학은 본교가 인수한 게 아니라 그 경영권을 위탁받았다고 보면 된다. 사이버대학이 재정적으로 홀로 서기 전까지는 본교와 초보적 수준의 교류만이 있을 전망이다. 사이버대학이 재정적·학문적 영역에서 균형이 맞춰져 가면 그 후부터는 사이버대와의 교류를 잠정적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문경연수원은 금년에나 공사가 끝난다. 위치가 문경이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금 당장에 거둘 수 있는 건 없지만 장기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학교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덧붙여 베트남 등 해외 캠퍼스 사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해외에 캠퍼스를 만들지는 못해도 그와 비슷한 효과는 거둘 수 있다. 베트남의 호치민 산업대학에서는 본교 교수들의 가르침을 원하고 있다. 본교가 저개발국 대학들을 좀 더 좋은 수준의 대학으로 바꿔주는 사업을 정부로부터 받기도 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외국 대학을 본교의 분교처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려 한다. 해외 캠퍼스 사업은 본교가 가진 가치, 건학 이념을 해외 대학들에 전파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모두 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바로 수익이 생기는 건 아니다. 사이버대학도, 해외 캠퍼스도 5년 내지 10년은 두고 봐야 한다.


  후보소견발표회에서는 “융합전공을 창출하여 본교에 특성화된 분야로 성공시키겠다.”고 했는데, 융합전공을 특히나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교수들은 학과에 소속을 두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전공들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전공들을 잘 엮어서 새로운 전공분야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교육패턴이 나올 거라 여겨진다. 이 때 교수들은 각 과에 속해 있으면서 새로운 전공에도 속해 있게 된다. 융합전공을 만든다면 정원이 늘어나지는 않고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 현재는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는 얘기만 해놓은 상태다. 교수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 줘서 이런 융합전공을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문화체육 특성화 학부’도 이번에 신설되나?
  본교에는 전통학문분야밖에 없다. 예·체능을 잘하면 언론에 금방 노출되는데, 본교는 그 분야가 없다보니 단기간내에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다. 전체 입학 정원의 5~6% 범위 내에서 예·체능을 망라하는 한 개 학부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오는 4월경까지 의견을 수렴해서 예·체능 전공을 만들겠다. 대학은 다양성을 수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튀는 학생이 한두 명이라도 있어서 캠퍼스 분위기를 활발하게 바꿨으면 한다.


  기존 학과(부)의 개편을 지원한다고 했는데 의도를 설명해 달라.
  사회의 변화에 맞춰 본교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기존 학과들의 명칭을 새롭게 바꿔서 신입생들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고, 학생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경우엔 타과와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일을 자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 본부에서 학과 통폐합을 명령하는 게 아니라, 단과대학장이 책임을 지고 학과가 스스로 평가해서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공약으로 내건 10대 핵심 사업 중 대학별 자율 운영제는 실현 가능한 제도인가?
  지금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일단 단과대학별, 학과별로 예산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단과대학별로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앙부처에서 '이만큼 줄 테니 어떻게 써라.’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학교의 발전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줄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그 부분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지 정해 보라는 얘기다. 또한 학교 전체적인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승진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단과대학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과대학이나 IT대학은 외부연구비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인문대학은 그렇지 않다. 논문을 많이 써서 재정적으로 기여를 잘 하면 승진을 더 빨리 시켜주는 등의 안을 스스로 만들어 오도록 할 예정이다.


  본교의 국제화 수준을 안정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새로운 방안을 도입할 것인가?
  외국인유학생센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유학생들을 뽑는 것부터 관리까지 전체적인 일을 맡는 독립 센터다. 유학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고려중이다. 본교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든 강의를 영어로 들을 수 있는 학과가 없다. 외국인학생들이 본교에 왔다가 수업을 듣기 힘든 이유로 금방 떠나 버린다. 따라서 유학생들을 받는 특정 학과를 만들거나, 모든 학과가 최소한 몇 개 이상의 전공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도록 하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로 강의를 하면 한국 학생들의 교육효과가 반감된다는 여론도 있다. 이외에도 해외 유수대학들과 자매결연해 그 대학 학생이 본교에서도 공부를 하는 2+2 제도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구 활성화 지원을 위한 R&D(연구 개발) 센터의 건립 계획을 알려 달라.
  창의관을 활용한다면 R&D 센터를 명목으로 건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현재 본교의 교사확보율은 104%로 교사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니다. 문제는 특별한 사업들을 할 공간들이 부족하며 일부 공간들이 낡아 대체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KT와의 사업이 진행되면 공간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테지만, 그 관계가 깨질 경우 바로 문화관 부지를 정리해서 공간 문제부터 해결하려고 한다. 5천 평 정도의 연구·교육공간이 필요하고, 3천 평 정도의 주차 및 문화 시설이 필요하다. 총 8천 평의 부지로, 자금은 4백억에서 4백 5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순수하게 학교 경비로만 짓기는 어렵고 산학협력단에서 만들어 놓은 기금과 정부 지원금을 일부 활용하려 한다.


  평양숭실 건립은 4년의 임기 내에 이루기 어려운 일인데, 이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평양숭실은 본교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다. 평양숭실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될, 반드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역사적 사명이다. 통일이 된다면 평양에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학은 본교밖에 없지 않은가. 통일이 가능한 시대에, 통일은 안 되더라도 대학 건립이 가능하다고 하는 시대가 오면, 본교가 곧바로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기본적인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어떤 대학을 세울지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평양숭실이라는 우리의 꿈을 얼마만큼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통일이 된다고 믿고 준비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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