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사회대 글로벌현장학습’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2주 동안 방문했다. 아프리카 하면 우리는 쉽게 기아, 빈곤, 에이즈, 분쟁 등의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린다. 2주라는 기간이 이러한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탄자니아 방문은 아프리카도 희망과 열정이 있는, 밝은 마음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단지 동정과 시혜의 대상만이 아닌 곳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줬다.

  탄자니아는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인구 4천 만이 조금 넘는 아름다운 나라다. 국가 내에 120개 가 넘는 부족이 존재하고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나 크리스천으로 이루어진 다종교 사회임에도 거의 분쟁 없이 지속적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있다. 르완다, 콩고를 비롯한 이웃나라들이 부족 분쟁으로 극심히 고통받았음을 감안하면 탄자니아의 평화와 안정은 특히 고무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탄자니아의 안정에는 성공적인 민족건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이후 수많은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멋대로 그어 놓은 국경선에 기반해 독립을 이루었지만 제도, 인력의 부재,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국가건설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보다 더 큰 과제는 이제까지 부족 단위로 식민지에서 억압받으며 살아온 국민들에게 독립국의 일원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민족건설이었다. 부족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부족 간의 경쟁을 지양하고 통일된 독립국 건설을 위해 매진해야 했으나 불확실한 미래와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 지도자들의 부정, 부패와 외세의 개입 등으로 많은 국가들이 민족건설에 실패했다. 더불어 부족 간의 분쟁과 저발전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다행히도 탄자니아는 민족 언어의 사용, 종교·부족을 불문한 교육기회의 확대, 초대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 등 덕분에 적어도 부족 분쟁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탄자니아의 성공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현재 기부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ODA(공적개발원조) 등 아프리카에 제공하는 원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원조가 이들 나라에 진정한 발전과 안정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는 무조건적인 원조보다 투명성과 굿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원조의 목표가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덧붙여야 할 것은 원조 수혜국가의 민족건설에 대한 이해다. 대부분 다부족, 다종교 사회인 이들 국가에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민족건설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단순한 양적 공여에 기반한 원조제공은 바람직한 민족건설을 저해하여 수혜국가 국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새로운 원조 공여국인 한국은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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