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재정지원, 외면하는 학생, 편집권 침해까지

연세춘추 재정위기, 긴장하는 학보사들
  창간 78주년을 맞는 연세춘추가 줄어든 예산으로 고사위기를 맞았다. 연세춘추 정세윤(문화인류·3) 편집국장은 “학교에서 인쇄비용만 지원해 주기로 했다.”며 “당장 기자들이 사용할 취재비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신문발행이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잡부금과 등록금을 분리해서 받았다. 따라서 지난해까지 잡부금에 포함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했던 연세춘추 구독료를 올해는 학생들이 선택해서 납부했다. 연세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신촌캠퍼스 등록 학생 중 신입생은 46.5%가, 재학생은 12.0%가 연세 춘추 구독료를 납부했다. 이는 전체학생의 17.9%에 불과하다. 문제는 학교 측의 태도이다. 연세대 측은 이번에 발생한 재정 문제를 학보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 편집국장은 “학생들의 선택을 보장하는 교과부의 지침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학교 측의 대응이 아쉽다.”며“기존에도 학보사의 예산이 빡빡해서 큰 변화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혁신적인 구조 변화나 즉각적인 수익사업 개선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현재 연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신문은 교비의 지원을 받아 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세춘추의 위기와 관련하여 위기감을 느끼는 학보사들이 많다. 고대신문 김보건(공공행정·3) 편집국장은“고대신문은 교비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연세춘추와는 재정구조가 다르지만, 사회적으로 등록금 인하 추세가 강하다 보니 학교 측도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라며 “줄어든 등록금을 이유로 학교 측에서 신문사 예산을 줄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외대학보 문나윤(중앙아시아어학과·3)편집국장 역시 “앞으로 학보사에 대한 재정지원이 점점 줄어들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신문 학생들의 관심 밖
  주 독자층인 학생들의 무관심도 대학신문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대학신문의 정체성이 약해졌고 신문매체는 시대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대학신문은 언론검열 때문에 일간지에서 싣지 못하는 정부비판 기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대안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이 잦아든 90년대 이후, 대학 신문의 역할은 학내언론으로 급속히 축소됐고, 점점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고대신문 김 편집국장은“80년대만 해도 대학신문이 억압당하는 학생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교내 정보들은 SNS나 트위터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굳이 교내 신문이라는 통로를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대학언론의 역할이 변하고 위상이 낮아지다 보니 학생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대신문은 올해부터 발행부수를 1000부 가량 줄였다. 김 국장은 이와 관련해 “학생들이 읽지 않으니까 줄이지 않았겠냐”며 “1년 동안 신문 소모량을 조사해보니 신문이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문의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부수를 줄임으로써 절약되는 비용으로 원고료와 취재비용을 보강해 이전보다 양질의 신문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본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본교에 재학 중인 김정훈(기계공학·4)군은“지금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교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굳이 불편하게 신문을 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며 “주위에도 숭대시보를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얻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비 지원했으니 편집권, 발행권 간섭?
  연세춘추를 제외한 학보사들이 교비를 지원받아 신문을 발행하는 만큼, 학교 측에서 편집권과 발행권을 침해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11년 10월에는 건국대학교 학보사 ‘건대신문’의 기자들이 학교 측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해 신문제작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같은 달 10일에 발행될 예정이었던 건대신문 1060호의 1면 톱기사 배치에서 시작됐다. 당시 건대신문 기자들은 건국대 ‘총학생회 무산’ 기사를 톱기사로 다루길 원했으나 주간교수였던 정모 교수가 “시기가 맞지 않다.”며 톱기사를 교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건대신문 김현우(커뮤니케이션·3) 편집국장은 “교비로 신문을 발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편집권 간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시에는 신문제작거부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편집권을 지켜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2012년 12월 한국외대 측은 외대학보가 기획한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의 발행을 막았다. 학교 측의 발행권 침해에 반발한 외대학보 기자들은 자비를 들여 A4용지에 특집호 지면을 마련했고 서울과 용인 캠퍼스에 직접 배포했다. 외대학보 문 편집국장은 “당시 후보자들의 명단과 공약분석, 투표장려 기사를 준비했지만 학교 측에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신문 발행을 막았다.”며 “학보사의 존재 이유는 신문의 발행에 있기 때문에 자비를 들여 호외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이어“발행권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재정적인 문제와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한 호의 신문을 발행하려면 약 천만 원이 소요되는데 학교 측에서 대화를 거부하면 사실상 신문을 발행할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사의 질 향상과 재정독립이 해답
  각 학보사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고대신문 김 편집국장은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순식간에 정보가 퍼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학내 정보전달을 위한 기사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고대신문은 주간지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도록 기획기사를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기사는 일주일 동안의 노력이 담겨 있을 때 빛이 난다. 공이 많이 드는 기사를 쓰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외대학보 문 편집국장은“발행권 침해로 호외를 발행한 뒤부터 조금씩 재정독립을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수입사업 확대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재정독립을 이뤄낼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정위기에 빠진 연세춘추의 정 편집국장은 “일단 현재는 구독료와 관련하여 학교 측과 최대한 협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다.”며 “학교에서 재정지원은 받되 학생언론으로서 편집권은 지키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논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먼 미래에는 재정독립도 이뤄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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